“귀신 쫓아 줄게” 목탁채로 ‘그곳’을…
그러던 어느 날,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대구의 한 사찰을 찾았다. 병을 치료해 주는 기도를 기가 막히게 한다는 소문을 들어서다. 사찰에서 그녀는 승려 이 씨를 만났다. “우울증과 정신병을 치료하고 싶다”는 정 씨의 요청에 이 씨는 뜻밖에 말을 한다. “병을 나으려면 내 손길을 받아야 한다”는 것.
말 그대로 ‘기가 막힌’ 치료 방법이었지만 병을 고치고 싶은 정 씨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후 이 씨는 정 씨를 세워 놓고 전신을 구타한다. 이 특이한 구타 기도를 받은 정 씨는 이상하게도 병이 나은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믿음이 생긴 정 씨는 사찰을 꾸준히 다니며 점점 이 씨의 열렬한 광신도가 된다.
아예 집을 팽개치고 사찰에 수행을 하러 자리를 잡은 정 씨는 자신의 여동생 A 씨(20)를 사찰로 불러 들였다. A 씨 역시 우울증과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상태였다.
‘치료할 날’을 잡은 이 씨는 A 씨를 또 사정없이 구타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목탁과 목탁채를 이용해 A 씨의 온몸을 때렸다. 심지어 목재 종망치 등으로 A 씨의 중요 부위를 수십 회 때리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온 몸에 멍이 든 A 씨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아프다. 제발 그만하라”며 통증을 호소했다. 그러자 이 씨는 주방용 랩을 가져와 A 씨의 양 손목과 양 다리를 묶고 눈을 수건으로 가렸다. 자신에게 반항한다는 이유로 ‘감금’을 시켜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감금 생활은 A 씨에게 치명적이었다. 이미 온 몸에 멍이 들고 피가 흘렀던 A 씨는 끝내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외상성 쇼크로 숨을 거두고 만다. 이 씨의 엽기 치료 방법이 끝내 살인이라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씨의 엽기 행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 사찰을 찾은 한 모녀가 있었다. 딸인 윤 아무개 씨(26)는 만성피로와 무기력증을 앓고 있어서 심신수련을 할 만한 곳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이에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이 씨가 있는 사찰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해졌다”는 후기 글을 접하고 곧바로 어머니와 함께 사찰을 찾았다.
“몸이 무기력하고 힘이 없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빙의 때문이다. 엄마와 윤 씨 모두 귀신이 씌었으니 당장 치료를 받지 않으면 급사할 수 있다. 여기 와서 부처님 공양하고 기도하면서 치료를 받아라.”
모녀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기에 증상이 심각한 윤 씨를 우선 사찰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 씨는 윤 씨에게 “사찰에 오지 않았다면 죽을 수 있었다. 속세 생각은 하지 말고 불가에 귀의해서 불법을 배우라”며 삭발을 권유했다. 윤 씨는 그때부터 이 씨를 ‘큰 스님’으로 모시며 따르고 의지했다. 문제는 이런 큰 스님의 ‘음흉한 속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는 것이다. 어느 날 윤 씨를 방으로 부른 이 씨는 “치료를 하겠다”며 윤 씨의 옷을 모두 벗게 하고 눕게 했다.
“기법일체신명제삼법이 있다. 성관계도 몸에 있는 귀신과 영가를 빼내는 치료 과정이고 너도 살고 엄마도 살려면 반드시 필요하므로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내가 부처님이고, 남편이고, 아버지이다. 무조건 믿어라.”
끝내 윤 씨는 이 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만다. 성폭행은 이후에도 또 이어졌다. 윤 씨는 치료를 받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폭행을 한 이후, 이 씨의 폭행은 거세지기 시작했다. 윤 씨 역시 사망한 A 씨처럼 목탁과 목탁채, 종망치로 온 몸과 중요부위를 구타당했다. 고통을 호소하는 윤 씨를 이 씨는 랩으로 손발을 묶고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A 씨와 같은 수법으로 ‘엽기 치료’와 감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윤 씨는 A 씨처럼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 이미 그동안 A 씨가 감금당하고 폭행당하는 모습을 지켜 본 윤 씨였다. 모든 것을 깨달은 윤 씨는 폭행 및 감금을 당한 지 열흘 만에 필사적인 탈출을 감행했다. 이 씨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랩을 풀고 감금 장소인 건물 2층에서 1층으로 뛰어내렸다. 탈출에 성공한 윤 씨는 일부 뼈가 부러지는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후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해 이 씨의 만행은 덜미를 잡힐 수 있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1심과 2심은 이 씨에게 상해치사와 준강간의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했다. 뻔뻔한 이 씨는 “윤 씨와의 성관계는 합의를 본 것이다. 형이 너무 많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지난 6일 징역 6년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통상적인 치료요법을 벗어난 행위로 피해자들에게 큰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주고 급기야 사망에 이르게 한 만큼 그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씨의 형량이 결코 작은 게 아니다. 여러 양형 기준을 고려해 죄질이 나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