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의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 포털과 SNS에 올라오는 새로운 소식을 검색한다. 친구와 진지한 대화를 할 때도 중요한 업무회의 시간에도 틈만 나면 뉴스를 검색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습관이다. 그런데 뉴스는 우리의 판단력과 명상의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상에서 겪는 불안과 곤경을 날렵하게 파고드는 작가 알랭 드 보통. 그는 <뉴스의 시대>에서 우리 시대의 미디어를 둘러싼 풍경을 낱낱이 묘사하면서, 좀 더 생산적이고 건강하게 뉴스를 수용하는 법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마주하는 근심과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뉴스를 찾아보는 건 아닐까. 연쇄살인 사건이나 부패한 정치인, 별난 행동을 일삼는 연예인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내 삶이 그나마 정상적이라고 안도하기 위해 뉴스를 보는 것은 아닐까. 볕이 잘 드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서재에 앉아 있어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과 공포는 사라지지 않기에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애타게 귀 기울이는 것은 아닐까.
뉴스를 확인하는 행위는 마치 조개껍데기를 귀에 갖다 대고 거기서 들리는 인류의 울부짖음에 도취되고 압도당하는 것과 같다고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그 어느 시대보다도 뉴스를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얻지만, 이상하게도 점점 더 지혜를 얻기 힘들어진다. 저자는 뉴스의 세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항해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정치 뉴스는 왜 그리 재미없게 느껴지고, 경제 뉴스는 왜 그렇게 딱딱하게만 느껴지는지, 왜 우리는 셀러브리티의 연애 소식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격변은 어쩌면 그렇게 남 일처럼만 느껴지는지, 끔찍한 재난 뉴스가 역설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따져 묻는다.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문학동네. 정가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