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의회(의장 정종철)가 의장 선출 및 상임위 구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14일 열린 제161회 임시회 모습.
18일 이천시의회가 밝힌 ‘제6대 이천시의회’ 원 구성을 보면 의장을 비롯한 3개 상임위 위원장 모두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로 구성됐다. 새누리당 의원으로는 김문자 부의장이 유일하다. 이천시의회는 총 9명의 의원으로 구성됐고, 이중 새누리당 의원은 5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한다. 상식적으로 현실과 반대의 원구성이 이뤄졌어야 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 개회된 ‘제160회 임시회’에서 전반기 의장 및 부의장을 선출하면서 불거졌다.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정종철 의원(새정치)이 5표를 얻어 의장에 선출되고, 김문자 의원(새) 역시 5표를 얻어 부의장에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는 철저하게 분산됐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표는 하나로 집결됐다.
원인은 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표출된 새누리당 의원들간의 이견이 문제였다. 서로가 의장이 돼야한다는 주장에서 결국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했고, 이는 ‘이탈표’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이탈표’의 주인공으로 부의장에 선출된 김문자의원이 지목됐고, 이후 새누리당 의원들 및 이천당협운영위원회에서는 김 의원을 출당·제명 의결하며 강력 반발했다. 지역 정가에서도 김 의원의 ‘반란’이 ‘해당 행위’에 속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이천시의회 의장 및 상임위원장 선출을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7일 전반기 원구성과 관련된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을 곱씹어보면 이번 사태의 원인이 조금 달라 보인다. 원내 다수당이 의장을 차지하지 못한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원인으로 김 부의장을 지목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의장 선출에서의 득표 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표 결과 김 부의장의 반란(?)으로 인해 의장으로 선출된 정종철 의원이 얻은 1표를 제외한 나머지 새누리당의 4표는 철저하게 분산됐다. 새누리당의 김용재 의원이 2표, 김문자 의원이 1표, 김학원 의원이 1표를 각각 득표했다. 누구하나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표심을 결집하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원인은 자중지란, 적전분열의 결과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천시의회는 지난 14일 ‘제161회 임시회’를 개최하고 서광자 의원(새정치)을 의회운영위원장에 선출했다. 이로서 제6대 이천시의회 상반기 3개 상임위 위원장을 새정치 소속 의원들이 독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10일 새누리당 소속 의원 4명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의회운영위원장에 선출된 김용재 의원(새)이 위원장직 수락을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새누리당은 김 부의장에게는 해당행위에 대한 공개사과 등을 요구했고,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의회운영을 독식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회 운영 파탄의 원인에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한 새정치의 배려부족도 아쉽지만 그에 비해 ‘의정주도’는커녕 기본적인 ‘견제능력’마저 상실한 새누리당의 책임은 무한해보인다.
지난 6.4지방선거 결과 이천시 최초로 야당 소속의 시장이 당선되는 새로운 정치역학구도가 형성됐다. 올바른 정치에는 상호간 적절한 견제를 통해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이는 민선 6기를 이끌어 갈 야당 소속의 조병돈 행정부에 대해 원내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수행했어야 할 막중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출발선에서부터 개개인의 사욕을 조율하지 못했고, 결국 다수당에서 오히려 소수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는 막중한 견제능력을 스스로 내팽개친 것과 다를 바 없다.
상반기 이천시의회에는 ‘새누리당’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새누리당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 시민들은 결코 ‘한 쪽의 날개로만 나는 새’를 원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새누리당은 분열된 역량을 결집해 의회로 복귀해야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들이 소수였던 때에 외치던 ‘소통과 화합, 상생’을 몸으로 실천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원평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