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3인방’ 진작부터 ‘무대’ 앞으로!
지난 14일 새누리당 신임 대표로 선출된 김무성 의원이 전당대회를 마치고 축하를 받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이번 전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면서 ‘친박계 지원에 나섰다’는 비판까지 나왔음에도 대세를 거스르기는 역부족이었다. 조기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은 그 부산물이다. 그런데 정작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전대 결과가 그리 놀랍지 않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친박 진영에서도 김무성 대표 쪽에 줄을 대고 인맥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VIP(박근혜 대통령)가 서청원 의원 당선을 위해 (전당대회장에) 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VIP 속내는 VIP 본인만 알 뿐이다. 박 대통령은 대놓고 누군가를 지원하는 식으로 정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본인 정치를 하기 위해서 왔을 것이고, 실제로도 서청원 의원보다는 홍문종 의원 최고위원회 입성 등에 더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장에서 만난 새누리당 외곽조직 인사의 말이다. 그는 이번 전대의 가장 큰 이변은 김무성 당선이 아닌 ‘홍문종 탈락’에 있다고 해석했다. 당 대표는 박빙으로 보였지만 홍문종 의원만큼은 당연히 최고위에 입성하리라 믿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번 전대에서 친박계는 참패했다. 김무성 대표와 박빙 승부가 예상됐던 서청원 의원은 30%가 반영된 여론조사에서 18.37%를 얻어 19.68%를 얻은 이인제 의원에게도 뒤졌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홍문종 의원은 4.62%로 6번째에 그쳤다.
여기에 지명직 최고위원(2석) 역시 비박계로 채워진다면 조기 레임덕은 필연적이라는 우려가 당연하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김무성 지도부가 친박계 1석, 비박계 1석으로 균형추를 맞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전대 과정에서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며 각을 세웠던 김 대표였지만 취임 이후 정성근 전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후보자나 황우여 교육부 장관 내정을 감싸는 발언을 내놓으며 유연한 스탠스를 취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무성 당선을 응원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새누리당의 한 전략통은 “청와대에서는 김무성과 서청원 가운데 누가 되든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말이 통하는 상대로 김무성 대표가 적합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 쪽에서 기존 여론 흐름에 반해 무리하게 서청원 대표를 고집하지는 않았다”라고 전했다.
청와대 안에서도 김무성 당선에 중심축이 기운 분위기가 읽힌다. 청와대 파견 중인 한 공무원은 “바깥에서 보는 것과 달리 김무성 의원 당선에 대한 비토가 그렇게 거세지 않았다. 청와대 안에서는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청 관계의 문제가 아닌, 인사 검증 실패라는 내부 문제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외부 문제 등으로 보는 것 같았다”며 “김무성 대표 쪽과 ‘보좌진 3인방’이 가깝게 지낸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보좌진 3인방’은 박 대통령을 10년여 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문고리 권력’을 형성했던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실장·안봉근 제2부속실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정권 재창출에 기여한 이들 보좌진 3인방에게 친박계라는 꼬리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박근혜 정권 이후 자신들의 역할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핵심은 결국 2년 뒤 있을 총선이다. 출마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결국 영남권에서 친박계 의원들과 공천 경쟁이 불가피하다. 20대 총선 공천권 사수에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한 김무성 대표 쪽에 붙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했다.
앞서의 여권 외곽조직 인사는 “최근 박근혜 정부를 뒤에서 움직이는 비선이라는 뜻으로 ‘만만회(이재만·박지만·정윤회)’라는 말이 화제였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서는 ‘만만회’가 아닌 ‘만근회(이재만·안봉근·정윤회)’라는 게 정설이다”라며 “애초부터 문고리 권력 형성에 박지만 회장이 관여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나마 이마저도 ‘만근’을 중심으로 정윤회 전 비서실장과 그 하부 요인을 축출하고 있는 정황이 안에서부터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청와대는 민정수석에 김영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를 임명하고, 우병우 민정비서관,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 김종필 법무비서관 등 민정수석실 내 주요 보직을 모두 TK(대구·경북) 출신으로 채워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함께 민정수석실 산하 행정관 17명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 작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부터 비밀리에 진행됐고, 당사자들에게는 7월 초에 통보가 갔다고 한다.
앞서의 청와대 관계자는 “위에서 ‘30% 이상 교체’라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공직기강비서실은 전원이 교체 대상이라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청와대에서 정윤회 흔적 지우기라는 이야기도 있다”라며 “교체 대상에 오른 이들은 대부분 현 정권에서 사정·민심·인사검증과 같이 핵심 기능을 담당했던 이들이라는 점에서 문책성 인사 아닐까 한다”라고 전했다.
정반대의 해석도 존재한다. 앞서의 새누리당 전략통은 “정윤회 라인 축출은 소설 같은 이야기다. 수석이 바뀌었는데 그 아래 손발을 맞추는 사람을 그대로 둔다면 일이 되겠느냐”라고 되물으며 “홍경식 전 수석과 공안통인 김영한 수석은 일하는 스타일이나 업무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만 주요 기능인데 통째로 갈아엎는 것은 박 대통령의 뜻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인 것은 맞다”라고 전했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청와대 비서관이 무슨 권력 암투를 하는 위치의 사람들이 아니다. 정윤회 씨나 보좌진 3인방 등이 청와대 산하조직까지 침투했다고 보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 김무성 대표가 됐다니까 오히려 청와대 쪽에서 각 안 세우려고 역으로 흘리는 이야기 아니냐”며 “지금으로서는 민정 개편에 따른 명단이 정확하게 나와야 진실을 알 수 있다. 예단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