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중국인이 사들인다
금 가격이 올 초 예상과는 달리 상승했다.
올 상반기 국제 금값 상승률은 9.2%.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 세계 주요 투자자산 가운데 20% 상승한 인도 주식과 17%가 오른 미국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다음으로 높다. 글로벌 채권이 5%를 가까스로 넘고, 신흥시장 주식도 5%에 못 미친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익률이다.
WGC는 이 같은 금값 질주를 중앙은행 등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와 중국의 금 선호 현상으로 분석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1월부터 5월까지 180톤을 사들였다. 요즘 중앙은행과 같은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큰손 투자자들의 고민은 저금리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느냐다. WGC는 이들이 금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임으로써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려 한 것으로 분석하고,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논리는 이렇다. 중앙은행들의 최대 투자처는 채권시장이다. 그런데 올 상반기 미국이 발행한 우량 채권과 고위험 채권은 7900억 달러를 넘는다. 이 대로면 지난해 전체 1조 3800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 1조 6000억 달러 가깝게 발행될 전망이다. 유럽에서도 올 채권 발행액은 2300억 유로를 넘어 지난해 전체의 절반(4000억 유로)을 훌쩍 뛰어 넘었다.
신흥시장의 발행도 활발하다. 올 상반기 발행채권은 2300억 달러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 넘치는 돈을 채권이 빨아간 셈이다. 중앙은행 등 큰손 투자자들로서는 있는 돈을 가만히 놀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채권에 투자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이렇다 할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그런데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의 저금리 상황에 대해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쉬워지지만 반대로 금리가 오를 때는 시험무대에 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재닛 옐런 의장은 빠르면 올 가을 양적완화 중단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09년부터 5년 이상 지속된 미국의 달러 살포가 종료된다는 뜻으로, 글로벌 금리 반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금리가 반등하면 낮은 금리에 채권을 인수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채권을 지금 밑지면서 내다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은 미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금은 필요한 자산이다.
상반기 금값 상승의 또 다른 주역은 보석류 수요다. 2005년 이후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강력했다. 핵심에는 세계 금시장 수요의 22%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있다. 소득향상에 따라 늘어난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금에 대한 소비확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편 한국은행의 ‘2013년 연차보고서’를 보면 한은의 금 보유 규모는 지난해 말 104.4톤으로 외환보유액의 금 비중은 1.2%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으로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90톤에 달하는 금을 사들인 결과다. WGC가 최근 5년간 금을 30톤 이상 매입한 외국 중앙은행 12개 국가를 집계한 결과를 보면 아시아 국가 중 중국, 인도 다음으로 높은 증가폭이다.
한은은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1900달러까지 치솟았던 2011년 매입분이 40톤으로 가장 많고, 이후 2012년 30톤, 2013년 20톤을 사들였다. 비쌀 때 산 물량이 많은 만큼 아직도 큰 폭의 투자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WGC의 전망대로라면, 추가로 저가매수해서 매입단가를 떨어뜨리고 이후 장기보유한다면 손실을 만회할 여지도 높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