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비상 ‘새 먹거리’ 찾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입한 호주 시드니 포시즌 호텔(작은 사진). KB투자증권은 르네상스호텔(오른쪽) 소유주 삼부토건과 호텔 부지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현재 호텔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국내 운용업계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호주 시드니 핵심지역인 서큘러 키(Circular Quay)지역에 위치한 포시즌 호텔을 약 3800억 원에 매입한데 이어 국내서도 현재 서울 광화문에 6성급 호텔을 건립중이다.
지난 5월 문을 연 경기도 판교의 코트야트 메리어트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작품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부동산공모펀드로 이 호텔에 투자한 것. 이뿐만이 아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서울 강남의 랜드마크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등을 거느린 파르나스호텔 인수전 본입찰에도 참여해 ‘호텔킹’으로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파르나스호텔의 대주주인 GS건설과 매각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이 지난 17일 실시한 파르나스호텔 본입찰에 미래에셋금융그룹과 CXC캐피털 컨소시엄, 거캐피털 컨소시엄, IMM PE 등이 참여했다. 이로써 파르나스호텔 인수전은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CXC캐피털, 거캐피털, IMM PE 등의 4파전으로 치러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잇단 호텔 투자는 해외나 신수익이 되는 다양한 대체자산에 눈을 돌리자는 박현주 회장의 경영 의지가 함축된 것이기도 하다”며 “또한 박 회장의 장녀이자 미국 코넬대 사학을 전공한 하민 씨가 향후 진두지휘할 경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박하민 씨는 지난해부터 미래에셋운용 해외부동산투자본부에서 호텔 투자 업무를 습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재벌 2·3세 여성 오너들이 호텔, 커피, 외식업 등 유통업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 또한 미래에셋의 호텔 투자 행보와 맞닿아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9월 미국의 유명 커피 전문업체인 ‘커피빈 앤 티리프(Coffee Bean & Tea Leaf)’ 인수에 참여한 바 있다.
금융지주 계열사들의 호텔 투자 행보도 잇따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서울 강남에 있는 엘루이호텔 인수를 추진 중이다. 서울 청담동 영동대교 남단에 위치한 엘루이호텔은 지하에 있던 나이트클럽 ‘줄리아나’의 유명세 덕분으로 젊은이들의 성지로 불렸던 곳이다. 그러나 줄리아나가 문을 닫고, 그 후에 개관한 클럽이 대형 클럽 간 경쟁에서 밀리면서 사세가 크게 기울었다.
비록 호텔 영업 환경은 크게 악화됐지만, 터 자체가 워낙 눈에 띄는 강남 노른자위이기에 하나금융도 눈독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엘루이호텔을 비롯해 강남 여러 부지들을 대상으로 계열 은행, 증권, 자산관리, 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복합점포로 변신시킬 구상을 갖고 있다.
KB금융지주의 KB투자증권도 역삼동에 위치한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대한 MOU(양해각서)를 최근 르네상스호텔의 소유주인 삼부토건과 체결했다. KB투자증권과 삼부토건은 향후 해당 부지를 포함해 근처 토지를 추가로 매입한 뒤 최대 2조 원 규모의 개발 사업을 함께 진행하자는 내용을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5월 르네상스호텔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이 선정됐지만, 이지스자산운용이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관련 계약은 무산됐다. 이후 삼부토건은 호텔 매각 대신 개발로 사업 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KB투자증권과 삼부토건이 르네상스호텔 부지에다가 호텔사업을 비롯해 오피스 등 복합 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만약 사업권 인허가 변경 등이 무산될 경우 KB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이 부지를 KB금융 통합사옥 부지로 활용할 명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KB금융 계열사는 국민은행을 포함해 총 11개로 서울 중구 남대문로, 여의도, 서초구 등지에 흩어져 있다. 그동안 KB금융은 MBC 여의도사옥, 국제금융센터(IFC) 입주 등 다양한 방법으로 통합부지 사옥 이전을 검토했으나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부동산컨설팅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콘래드호텔도 대주주인 AIG그룹이 재매각을 추진하고, 현대그룹의 반얀트리호텔 등 특급호텔들도 매물로 등장하는 등 호텔업계 인수·합병(M&A)시장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금융사들이 최근 호텔 투자 큰손으로 떠오른 만큼, 향후 호텔업계 M&A 대전에서 어떻게 부각될지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이승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