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심벌 보면 창업주 별자리 보인다
람보르기니가 싸움소를 상징으로 삼게 된 것은 설립자 별자리가 황소자리이기 때문이다. 오른쪽은 롤스로이스 엠블럼과 마스코트.
먼저 세계의 3대 명차로 꼽히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의 경우를 보자. 영국 왕실의 의전차로도 유명한 롤스로이스의 엠블럼은 세로가 긴 사각 틀 안에 상단에는 롤스(ROLLS), 하단에는 로이스(ROYCE)라는 영문 표기가 적혀 있고, 그 사이에 알파벳 ‘R’자가 두 개 겹친 모습이다. 두 개의 R은 이 회사의 창업자인 귀족 출신 자동차 레이서 찰스 스튜어트 롤스와 기술자인 프레드릭 헨리 로이스의 이니셜을 의미한다. 사실 롤스로이스는 알파벳 엠블럼보다는 특유의 후드 마스코트로 더 유명하다. 롤스로이스 차 앞에 달린 ‘날개 달린 여인 조각상’은 ‘스피릿 오브 엑스터시’(The Sprit of Ecstasy), 즉 환희의 여신상이라 불리는데, 영국 조각가인 찰스 사이크스의 작품을 사용한 것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차 브랜드 벤틀리는 ‘플라잉 비’(Flying B)라 불리는 엠블럼을 사용한다. 새의 날개가 펼쳐진 모습인데 가운데 원 안에 대문자 ‘B’자가 자리해 있다. ‘더 빠르게 더 멀리 달린다’는 의미와 함께 세계에서 나래를 펼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한다. 한때 현대자동차의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의 엠블럼이 벤틀리의 엠블럼과 유사해 ‘모방’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날개 형태의 엠블럼을 사용하는 브랜드는 크라이슬러를 비롯해 상당수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명차인 마이바흐의 엠블럼은 둥근 삼각형 안에 서로 크기가 다른 ‘M’자 두 개가 상하로 교차하는 모양이다. 독일어 ‘Maybach Manufaktur’의 머리글자를 의미하는데,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마이바흐 수제 회사’ 정도. 마이바흐는 창립자인 카를 마이바흐의 이름이기도 하다. 애초부터 상류층을 겨냥해 제작된 최고급 수제차 마이바흐는 1941년 생산이 중단됐지만, 지난 2002년 메르세데스-벤츠에 의해 60여 년 만에 부활해 한동안 화려한 명성을 누렸다. 그러나 판매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 2012년 생산 중단을 선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마이바흐를 최상위급 S클래스 자동차로 다시 부활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원 안에 세 꼭지 별을 형상화한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다. 육지, 바다, 하늘에서 최고(별)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엔진 기술자인 고틀립 다임러가 세운 다임러와 칼 벤츠가 설립한 벤츠가 합병한 ‘다임러벤츠’가 탄생하면서 시작된 브랜드. 다임러는 세 꼭지 별을 상징으로 사용했고, 벤츠는 월계수 형태의 원을 상징물로 썼는데, 두 회사가 합쳐지면서 각 상징물이 결합한 형태의 엠블럼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역시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회사 BMW의 엠블럼은 검은 색 테두리의 원 상단에 알파벳 BMW가 자리하고, 그 원 안에 흰색과 청색으로 4등분된 작은 원을 지닌 형태를 띠고 있다. 흰색과 청색은 BMW가 설립된 바이에른주(뮌헨)의 상징색에서 유래한 것이다. 초창기 BMW는 항공기 엔진 제조에 주력하다가 모터사이클에 이어 자동차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30년대 초 본격적으로 자동차 생산에 나선 BMW는 항공기 엔진 제조에서 시작한 기업의 유래와 뛰어난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해 비행기 프로펠러 위에 BMW 알파벳을 적은 지면 광고를 내보낸다. 바로 여기에서 이른바 BMW 고유의 ‘프로펠러 엠블럼’이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비틀’(딱정벌레차)로 유명한 폴크스바겐은 청색 바탕에 은색 원 안에 독일어 알파벳 V와 W를 상하로 배치한 엠블럼을 사용한다. 최고의 히트작인 폴크스바겐 비틀을 디자인한 프란츠 라임스피드가 도안한 것이라고 한다. 아우디의 경우 원 4개가 고리처럼 연결된 형태의 엠블럼으로 유명하다. 1932년 독일의 아우디, 호르히, 데카베(DKW), 반더러 등 4개 회사는 미국 자동차의 유럽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하나로 합병해 ‘아우토 유니온’을 설립한다. 엠블럼의 4개 원은 각각 이들 회사를 상징하는데, 서로 고리로 연결된 것은 단단한 결속을 의미한다. 이 합병회사의 이름이 ‘아우디’로 바뀐 것은 1985년이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의 엠블럼이 다소 정적이라면,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의 엠블럼은 상대적으로 역동적이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마세라티의 엠블럼은 계란형 타원 안에 상단에는 붉은색 삼지창을, 하단에는 푸른색을 배경으로 마세라티 알파벳이 자리한 모양이다. 초창기 마세라티 공장이 있던 볼로냐의 마조레 광장에는 거대한 넵투누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신) 조각상이 있었는데, 이 조각상이 들고 있던 트라이던트(삼지창)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엠블럼이다. 붉은색과 푸른색은 볼로냐 지방의 대표색이기도 하다.
빠르고 강한 차의 대명사인 람보르기니는 황금색 테두리의 검은색 방패 문양 안에 황금색 투우(싸움소)가 자리한 형태의 엠블럼을 쓰고 있다. 싸움소를 상징으로 삼게 된 것은 회사 설립자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출생 별자리가 황소자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 무르시엘라고, 우라칸 등 자동차 이름에도 투우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동물형 상징물을 엠블럼에 활용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프랑스의 푸조다. 푸조는 ‘라이언(사자) 엠블럼’을 사용하는데, 이 사자는 푸조 공장이 설립됐던 벨포르시의 상징 동물이기도 하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