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 문화연구소 소장 “이순신 장군이 기업의 상술에 이용당하는 건 부적절해”
사진=왜색 논란에 휩싸인 CJ 제일제면소 ‘명량세트-주먹밥’ 출처=CJ푸드빌
31일 CJ 제일제면소는 “다음 달 10일까지 영화 ‘명량’과 함께 하는 여름방학 이벤트로 ‘명량세트’를 출시했다”며 “영화 속 등장인물인 이순신 장군이 주먹밥을 전투식량으로 이용했다는 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산야초 주먹밥 등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면소가 이순신 장군에게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는 이 산야초주먹밥을 두고 네티즌 일각에서 왜색 의혹이 제기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을 앞세워 홍보에 나선 CJ 제일제면소의 산야초 주먹밥이 일본 전통 삼각김밥 ‘오니기리’(おにぎり)의 형태와 매우 흡사하다는 게 네티즌들의 지적이다.
일례로 한 네티즌은 “‘오니기리’가 왜 이순신 장군과 연관돼 있나. 우리나라 전통 주먹밥이 언제부터 삼각 모양의 일본식이었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엄연히 우리 음식인 주먹밥이 있는데 일본 ‘오니기리’가 마치 우리나라의 것 인양 판매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어린 아이들이 보면 우리 조상들이 오니기리를 먹었는지 알 거 아닌가”라며 “CJ 측이 이순신 장군을 거론하면서 일종의 역사왜곡을 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전했다.
사진=일본의 전통주먹밥 <오니기리> 출처=네이버
‘오니기리’는 2000년대 초부터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삼각 김밥의 형태와 흡사해 우리에겐 익숙한 주먹밥이다. 과거 사무라이 문화가 이어져온 일본에서는 무사들의 이동에 간편한 음식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휴대가 간편한 오니기리가 자연스럽게 발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러니한 대목은 이 ‘오니기리’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했던 시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출처:네이버지식백과).
그렇다면 우리나라 전통 주먹밥은 어떤 형태일까.
사진=법송스님의 우리나라 전통 주먹밥 출처=에쎈
전통 사찰음식에 조예가 깊은 고 성관 큰스님의 제자 법송스님이 만든 우리 전통 주먹밥의 모습이다.
2009년 숙명여자대학교 산하 한국음식연구원에서 약 6개월간 역사 고증을 통해 재현한 이순신 장군의 주먹밥도 법송 스님의 것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사진=이순신 주먹밥 재현한 모습, 출처=통영바다의눈
CJ 측이 이순신 장군 이름을 앞세워 출시한 산야초 주먹밥과는 그 형태부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기업의 상술이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고, 특히 이순신장군을 이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 당시 왜적과 싸우다 희생된 민초들의 저항 정신인 우리의 정체성마저 기업의 더러운 상술에 악용되면 안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