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 업은 ‘황제파’ 이권 욕심이 도화선
▲ ‘황제테니스’ 논란과 관련해 이명박 서울시장이 지난 3월 2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가졌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물론 이 시장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도자로서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도의적 책임뿐만 아니라 테니스계 주변의 여러 가지 잡음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적절한 인사들과 테니스를 함께 즐겨온 점은 그 자신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런 가운데 이미 두 달 전부터 이번 사태를 정확히 예견하고 있는 내용을 담은 문건이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이 문건은 지난 1월경 학계의 한 인사가 이 시장에게 ‘남산실내테니스장의 문제점’과 ‘이 부회장 등을 조심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일종의 건의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시장 측은 이 건의를 묵살했고 그 결과 두 달 만에 엄청난 파문으로 불거졌다.
2006년 1월경 이명박 서울시장 측에 하나의 문건이 전달됐다. 제목은 ‘남산실내테니스장 관리 역사와 운영실태 및 문제점 보고’. 작성자는 테니스계 사정을 잘 아는 학계 인사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남산실내테니스장의 역사와 운영 실태를 먼저 소개한 뒤 두 번째 항목에서 본격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남산 실내테니스장) 이전 문제점으로 인하여 서울특별시 체육회 이명원 부회장과 ○○○ 테니스장 A 씨가 개입, 이명박 시장님을 빙자함은 물론 시장님의 직접 지시라 하여 공개입찰을 하지 않고 본인들이 개입하여 운영하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이 문건에는 ‘이들은 서울시 창동 소재 테니스장 관리사업도 개입하였음은 물론 ○○○ 테니스장도 관리하여 검찰청의 조사도 받은 바 있으며 가장 큰 문제점은 이명박 시장님의 존함을 빙자하여 각종 이권개입에 관여하고 있으며 수익발생도 되지 않는 남산테니스장 또한 시장님 존함을 빙자함과 더불어 시장님 지시라 하여 이 또한 운영권을 획득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이 문건은 세 번째 항목 건의사항에서 ‘개인이나 일반법인 사업자가 운영할 경우 사용 용도변경 및 수익의 목적이 우선되어 임대 사용시 문제가 발생하므로 수익의 목적이 없는 학교법인이나,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장님께서 이러한 내용들을 사실적으로 파악하시는 데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올린다’며 끝을 맺고 있다.
이 문건에는 이번 파문의 핵심 당사자인 이 부회장의 실명이 언급되고 있다. 또 한 명의 핵심 인사인 선병석 전 회장은 빠져 있지만 대신 숨겨진 인물인 A 씨 역시 실명으로 언급되고 있다. 과연 이 문건의 작성자는 무슨 의도로 이 같은 내용을 이 시장에게 전달하려 했으며 또 그 내용은 어느 정도나 신빙성이 있을까. 기자는 테니스계 주변의 확인을 통해 이 문건이 비교적 정확한 사실 파악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테니스 동호인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은 테니스인 S 씨는 “테니스계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의 테니스 파트너였던 전 대학교수 K 씨 역시 “나도 개인적으로 이번 일이 불거지기 몇 달 전 이 시장에게 주변에서 떠도는 잡음과 의혹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곁에 이 부회장이 항상 함께 있어서 결국 말을 못하고 말았다”며 후회스러워 했다.
테니스계 사정을 잘 아는 유명 테니스인 C 씨는 이 시장과 이번 파문의 핵심 의혹 당사자인 이 부회장, 선 전 회장 등 3인의 관계에 대해서 기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부회장과 선 전 회장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 이 시장의 최측근 자리를 다툰 일종의 경쟁 관계였기 때문이다. 초기(2003~2004년) 이 시장의 테니스 일정은 선 전 회장이 책임졌다. 그런데 선 전 회장에 대해 안 좋은 얘기가 계속 들리니까 이 시장이 작년 초부터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의 역할을 대신한 이가 바로 이 부회장이었다. 즉 이 시장의 최측근 테니스 인사가 선 전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바뀐 것이다. 작년 이후부터는 선 전 회장은 거의 이 시장 주변에 나서질 못했다.”
이에 대해서는 선 전 회장 자신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작년부터 이 시장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사실이다.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이 부회장이 들어오면서 그가 모든 것을 다 하더라”라며 이 부회장에 대해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선 전 회장은 “트래픽ITS사 대표 이 아무개 씨를 2003년 초 양재테니스장에서 내가 이 시장에게 소개시켜 준 바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 회사가 2003년 말 서울시 고속도로 CCTV 설치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밝혀지자 “나는 소개만 해줬을 뿐 그 다음 일은 전혀 모른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트래픽ITS와 선 전 회장이 경영했던 미도코리아 간에 업종의 유사성과 인맥의 관련성이 드러나고 있어 그의 해명에 여전히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입수 문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2005년 이후부터는 이 부회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더욱 구설수에 올랐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나라당 당료 출신인 그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 시장 후보 캠프에 몸담으면서 이 시장의 측근이 됐다. 정계에서는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인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나라당 옛 지구당 간부 조직인 ‘한국회’를 조직, 스스로 회장을 맡기도 했다. 정계에서는 이 조직이 사실상 이 시장의 대권을 위한 사조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체육회 주변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이 시장의 신임은 각별했다고 한다.
이번에 서울시에서 건립하는 창동과 잠원동 테니스장에 대한 의혹도 이 부회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S 씨는 “창동에 건립 중인 체육관 시설 가운데 유독 테니스장만 도봉구청이 아닌 서울시에서 직접 운영 관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구청에 문의해 봐도 ‘조례가 그렇게 되어 있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왜 테니스장은 협회나 구청이 아닌 서울시에서 항상 직영하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테니스협회 관계자 J 씨 역시 “그 따위 엉터리 조례가 어디 있느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문제는 서울시의 테니스장 운영에 항상 잡음과 의혹이 뒤따른다는 점이었다. 규정상 시 소유의 체육시설은 개인 사업자가 아닌 법인 사업자의 공개 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특혜 의혹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는 명목상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많다. ‘법인’의 이름만 내세운 채 실질적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일요신문>은 이번 문건에 거론된 또 한 명의 인사 A 씨에 대해 취재하면서 그가 지난해 서울시 소유의 ○○○ 테니스장 임대 운영으로 한 차례 물의를 빚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A 씨는 얼마 전까지 서울시테니스협회 임원을 지내며 이 테니스장을 관리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S 씨는 “이 테니스장은 개인에게는 임대를 주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어서 당시 이를 두고 테니스계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C 씨는 “A 씨는 이 부회장과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테니스장으로 나도 엄청난 손해만 보고 작년 말에 완전히 손을 뗐다. 그런데 무슨 특혜란 말인가”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는 “이 부회장도 그냥 아는 정도일 뿐 친한 사이가 아니다. 남산테니스장도 관심 없다. 이제 테니스라면 신물이 난다. 이 바닥을 떠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테니스장에 대한 구설수는 계속되고 있다. 테니스장 증설을 위한 로비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동의 서명도 있었으나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면 취소됐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테니스계에서는 A 씨가 이 테니스장의 경영난 이후 남산실내테니스장에 눈독을 들인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테니스협회 관계자 J 씨는 “솔직히 ○○○ 테니스장은 돈이 안 된다. 실외 코트인데다 강바람도 많이 불고해서 요금이 싸도 일반인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다. VIP 인사들은 잘 찾지도 않고 기껏해야 초·중·고 학생들 정도다. 그것보다는 남산실내테니스장이 훨씬 매력적인 곳”이라고 밝혔다.
C 씨는 “이번 테니스 파문의 진원지는 이 부회장 측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동안 남산실내테니스장을 관리 운용해 온 체육진흥회에서는 나름대로 이 시장에게 ‘황제테니스’의 편의도 제공하는 등 그동안 하느라고 했는데 서울시에서는 오히려 이 테니스장을 욕심내고 ‘이 시장 뜻’이라며 체육진흥회더러 빨리 나가라고 하니 화가 안 나겠는가. 체육진흥회를 배제하려는 부분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J 씨 역시 “지난해부터 체육진흥회에서 ‘정말 이렇게 하면 언론에 다 밝힐 수도 있다’며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체육진흥회의 한 관계자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담당자가 부재중이어서 정확한 답변은 어렵다”면서도 “그런 측면도 있다. 우리로서는 당연히 화가 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즉 이 문건의 내용대로 남산실내테니스장에 욕심을 낸 이 부회장 측이 ‘이 시장의 뜻’을 내세우며 소유하고자 한 것이 체육진흥회 측의 불만을 가중시켰고 이런 와중에 공짜 테니스의 편의를 그동안 제공해왔던 사실이 폭로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 사이 이 시장은 자기 측근과 주변 인사들의 이런 ‘진흙탕 싸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말마다 그 주변 측근들이 마련해준 대로 남산실내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즐겨 왔던 것으로 테니스계 인사들은 보고 있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