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만 날리는 ‘80억 골칫덩이’ 팔릴까?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예술인들 임금착취 등 논란 이후 공연이 중단돼 관광객이 급감했다. 문화 전시실 내부는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아 먼지가 수북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7월 31일 오전 취재팀이 방문한 포천의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연못 주변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전에는 주변에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지만 새로운 대표가 온 뒤로 이곳에 휴식 공간 등을 조성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한다는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아프리카 공연은 운영되지 않고 있고 전시와 파충류 박물관 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방학기간이지만 방문객들은 눈에 띄게 적었다. 두세 가족만이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프리카 예술인들의 임금 논란 후 급격히 방문객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박물관 직원은 “평일에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래도 파충류 전시 때문에 주말에 200~300명 오는 정도다. 이래서는 박물관 유지비도 안 나올 것 같다. 일하는 사람도 나와 다른 직원, 관리자 이렇게 셋 정도다.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쓴다”며 “파충류 전시도 전문 관리인이 아니어서 그런지 제대로 관리가 안 돼 (동물이) 자꾸 죽는다”고 귀띔했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1년 전께부터 파충류 전시 프로그램이 새로 마련됐다. 하지만 파충류 전시는 박물관장이 아닌 다른 사업자가 무료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파충류 전시관의 한 직원은 “파충류 전시관 직원의 월급은 파충류 전시관 사장에게 따로 지급받는다. 그런데 방문객이 없어 월급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형편”이라며 “아프리카 공연이 있을 때는 많게는 한 달에 2만 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하는데 요즘은 한 달에 1000명 정도 올 뿐이다. 입장료와 파충류 전시비를 추가로 내야하고 정원에서 먼지 날리며 공사까지 하니 사람들이 잘 안 온다. 인근 광릉수목원에 비해 입장료가 비싸고 볼거리도 부족하다. 와도 1시간을 채 채우지 않고 나가버린다”고 걱정했다.
홍문종 의원
아프리카 문화 전시실의 경우 청소도 제대로 되지 않아 계단에 먼지가 수북했다. 이에 대해 박물관 직원은 ‘인력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해당 직원은 “방문객이 없으니 사람들도 그만두고, 지금은 사장(대표)이 새로 와 인수인계중이라 이사장이나 관장도 없는 상태다. 박물관은 실질적으로 실장이 혼자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물관 직원들은 최근 새로 박물관을 맡게 된 최 아무개 씨를 ‘새로 온 사장’, ‘최 대표’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연못 근처에 공사를 지시한 사람도 최 대표였다. 앞서의 직원은 “최 대표는 아프리카 예술 공연보다는 포도밭 체험 등 다른 사업을 기획중이라는데, 아프리카 관련 내용이 아니라 박물관 주제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됐던 부르키나파소 공연예술단은 밀린 임금을 받고 귀국했다. 지난 5월 말까지 남아있던 조각가도 계약 만료로 박물관을 나갔다. 이후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는 단 한 명의 아프리카인이 남지 않게 됐다.
앞서의 직원은 “아프리카 공연 재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아프리카 예술단은 계약이 다 끝나고 나갔는데 다시 아프리카 예술단을 데려오려면 그쪽에 서류도 보내야하고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논란 당시 임금체불 등의 문제 수습을 위해 임시 선임된 김철기 박물관장도 예술단을 해체시키고 향후 예술단 운영 계획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새로운 박물관장은 임대도 아닌 운영권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홍 의원 측이 박물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데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새로운 운영자가 인수인계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박물관 매각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홍 의원 측은 박물관 매각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 등기사항에도 박물관의 대지와 건물이 홍 의원 명의로 유지되고 있다. 김철기 박물관장은 “내가 박물관장 일을 그만둔 지 좀 됐다. 새 관장이 온 것은 맞지만 박물관이 아직 팔린 것은 아니고 임대도 아니다. 운영권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문종 의원도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박물관이 매각된 것이 아니다. 새 사장이 새로 해보겠다고 해서 자리를 준 것이다”라며 “임대를 줄지 안줄지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답을 피했다. 홍 의원은 대지와 건물을 포함해 80억 원에 달하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을 구입할 당시에 부동산 투기, 매입 비용 출처 등의 의혹이 일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