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밤중에 ‘웬 다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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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보관창고에서 분실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던 ‘20억대 다이아몬드 증발사건’은 결국 단순한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사건은 지난 5월10일 오후 일본 히로시마에서 아시아나항공 161편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다이아몬드 12kg이 인천공항에서 통관과정을 마친 뒤 홀연히 증발하면서 시작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4일 물건을 찾으러 갔던 다이아몬드 수입업체가 상황을 파악한 뒤 세관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문제의 다이아몬드 실종사건은 급기야 지난 20일 몇몇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인천공항 보관창고에서 20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가 없어졌다’는 것이 보도의 주요 골자.
이와 함께 다이아몬드가 없어진 장소가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보세지역이라는 점에서 내부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는 관계자 멘트도 곁들여졌다.
하지만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다이아몬드 증발사건’은 보도가 나간 지 만 하루 만인 지난 21일 아시아나 보관창고 실무자의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통관상의 문제 때문에 미국 시카고로 반송되기를 기다리던 ‘나이프 33개’ 대신 엉뚱하게도 문제의 다이아몬드를 내보냈던 것.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원래 모든 수출입 화물에는 수량과 선적을 인증하는 ‘BL’(Bill of Lading?선하증권)번호가 붙게 된다고 한다. 이 번호는 대개 열 자리 이상으로 부여되지만 마지막 네 자리 정도만 비교해보는 것이 일반적 관행. 이 정도만 살펴봐도 화물끼리 겹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게 세관측의 설명이다.
공교로운 것은 반송되기를 기다리던 나이프와 문제의 다이아몬드의 BL번호 끝 네 자리가 일치했다는 점. ‘다이아 실종’ 보도가 나간 직후 관계자들은 이 장부상의 BL번호와 개별 화물들을 일일이 대조하는 일대 소동을 치렀다. 그 결과 다이아몬드가 칼 대신 미국으로 잘못 날아간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결국 ‘다이아몬드 사건’은 창고 직원의 사소한 실수가 빚어낸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대하는 세관측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일단 세인들의 관심을 끌게 된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던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실제보다 턱없이 부풀려졌다는 것.
일부 언론에서는 ‘분실됐던’ 다이아몬드의 과세가격이 6천2백여만원이었다는 사실에 근거해 20억원이라는 시가를 산정해냈다. 세관과 업체측에 따르면 이는 다이아몬드의 용도가 보석용 천연 다이아몬드일 경우 적용되는 금액.
하지만 문제의 다이아몬드는 충남의 D업체가 일본에서 공업용으로 구입한 인조 다이아몬드였다고 한다. 따라서 문제의 다이아몬드 값은 과세가격에 세금과 이윤을 더해 따져보더라도 9천6백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결국 인조 다이아가 고가의 다이아몬드 원석으로 뻥튀기 됐던 셈.
그렇다면 황당하기만한 이번 사건을 접한 다이아몬드 수입업체 관계자의 표정은 과연 어떨까. 뜻밖에도 업체 관계자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심드렁한 반응. 공업용이라 누가 훔쳐간다고 해도 처분하기가 아마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그 이유였다.
최성진 기자 vanita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