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 고질병 벌써부터 스멀스멀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영선 원내대표는 당내 인사들과 수시로 회의를 열고 비대위 구성과 관련 의견을 나눴다. 사진은 지난 2일 당내 재선 의원들과 대책회의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세미나에서는 새정치연합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계파 간 갈등 해소와 같은 개혁안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이번 세미나를 놓고 각 계파들이 물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인사들 중에서 정동영·천정배 등 재보선 공천에서 배제된 거물급이 눈에 띄었고, 김두관 전 지사의 경우 새누리당 정치 신인에게 패한 까닭에서다.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인 인사들이 슬그머니 공식 활동을 재개한 것에 대해 쓴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당의 미래를 논하기 전에 중진인 본인들이 이번 선거에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부터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왜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오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비주류 거물급 인사들의 세미나 참석을 놓고 당 내부에서는 야권 쇄신을 주제로 한 각 계파별 세미나가 연쇄적으로 열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차기 당권을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계파들이 세미나를 계기로 모종의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처럼 세미나 하나에도 새정치연합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내년 1~3월로 예상되는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 계파별 주도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김동철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비대위를 구성할 때 계파를 안배해야 한다”며 그 대책안을 미리 제안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가 차기 당권의 향배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구성 등을 놓고 계파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수시로 당내 인사들과 회의를 연 끝에 비대위원 수를 11명(비대위원장 포함)으로 하고 당내 인사와 외부 인사를 5 대 5 동수로 구성하자는 큰 틀엔 의견이 모아졌지만, 세부안을 놓고 이견이 계속 나오고 있어 실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원내대표의 앞날이 험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목소리가 계파 간 이해득실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의 새정치민주연합 당직자는 “지난 대선 이후 출범한 비대위 활동 때도 외부에서 영입된 한상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대선평가보고서에서 당시 안철수 후보에 대해 좋은 평가를 주면서 내부에서 갈등이 있었다. 당시 한 교수는 대선을 포기한 안철수 후보에게 정치인으로서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당으로 들어왔다는 얘기가 파다했다”고 귀띔했다. 비대위 활동이 계파 간 힘겨루기에 휘둘릴 경우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논란은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일단 재보선 참패 후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대표직에서 물러난 김한길·안철수 등 비주류계는 새로운 외부 인사가 영입되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당내 초·재선 의원을 포함해 다수로 분류되는 친노계 의원들은 내부 인사 발탁을 내심 원하고 있다.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판을 흔들고 싶어 하는 비주류계와 현 상황 유지를 원하는 친노계의 속내가 다른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새정치는 비대위 명칭을 국민공감혁신위원회로 정하고 박영선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8월 7일 당직에는 사무총장에 조정식 의원, 전략홍보본부장에는 김현미 의원, 정책위의장으로 우윤근 의원이 임명됐다. 이에 따라 계파들 움직임 역시 빨라지고 있다. 친노계 모임으로 분류되는 ‘더 좋은 미래’에서는 매주 한 차례씩 회의를 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비대위 구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당 내에 퍼져 있다. 그동안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수차례 비대위를 구성해 개혁안을 만들었지만 계파 갈등으로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새정치연합 고위 당직자는 “민주당은 이미 여러 차례 비대위 체제를 거치면서 좋은 개혁안들을 내놓은 바 있다. 더 이상 나올 개혁이 없을 정도다. 다만 실행에 옮기지 않을 뿐이다”라며 “가장 큰 문제는 계파 갈등이다. 외부 인사 영입도 계파별로 유리한 사람을 데려오면 당의 문제를 제대로 보지 않고 이해득실을 따지게 돼 제대로 된 개혁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