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이 없다면 젊기라도 하든가…”
이중 국적인 것으로 알려진 원로 방송인 자니 윤이 한국관광공사 감사에 선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제공=KBS
자니 윤 감사 임명은 보은 인사의 ‘끝판왕’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다. 지난해 자니 윤은 한국관광공사 사장 내정설이 나돌았었다. 당시 청와대와 본인 모두 낭설이라며 발끈했었는데 이제 와서 감사직을 맡긴 것이다. 자니 윤은 관광공사 노조를 방문한 자리에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설상가상 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박근혜 대선 캠프 홍보본부장이었던 변추석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지난 4월 임명됐다. 변추석 사장은 광고 디자인 전문가로서 관광 분야에 책임을 지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음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조차 “전문성이 없다면 젊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76)을 필두로 유흥수 주일대사 내정자(77),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77),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75),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73),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72),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72),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72) 등 정권 핵심부에 70대가 즐비하다. 지난 6월 연임된 정홍원 국무총리가 만으로 69세라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 정도다.
특히 자니 윤 감사 임명은 현직 장관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 최악의 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후임도 없이 면직되자 당시 정치권에선 유 전 장관이 인사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 측과 수차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박 대통령이 자니 윤을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보내려고 했으나 유 전 장관이 받아들이지 않고 막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설은 공교롭게도 윤 전 장관이 그만둔 뒤 20여 일 만에 자니 윤이 감사로 임명되면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자니 윤 임명 강행 소식이 알려진 지난 6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유진룡 장관 면직 이유가 밝혀졌군요. 감사한 분에게는 감사로 임명합니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자니 윤처럼 대중의 눈과 귀가 모이는 인사가 아닌 청와대 출신은 더 적은 논란을 일으키며 공공기관행이나 산하기관 대표를 맡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김행 위트트리 부회장은 두 달 뒤인 올해 2월 제6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으로 임명됐다. 정치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청와대 정무비서실을 떠난다던 김선동 전 의원 역시 지난해 12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에 취임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직원 275명이 일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홍보수석으로 발탁됐다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의혹 유탄을 맞아 3개월 만에 자진 사퇴한 이남기 홍보수석은 지난 4월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예능PD 출신인 그는 “40여 년간 방송업계에서 있던 사람이 제조업 등 다른 분야로 가는 것도 아니고 방송업계로 돌아가는 것은 낙하산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친박계 인사도 있다. 백기승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지난 5월 청와대를 나온 이후 불과 두 달 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직에 응모했다. 백 전 비서관은 홍보 전문가로서 사이버보안 및 정보보안 분야 전문성이 결여됐음에도 박 대통령 핵심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KISA 초대 원장은 김희정 현 여성가족부 장관이었다.
육영재단 이사(임시이사) 출신이기도 한 백 전 비서관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사직을 사임했다고 알려졌었지만, <일요신문> 확인 결과 여전히 법인 등기부등본상 임시이사로 등재된 상태다.
이와 관련 육영재단 측은 “백 이사는 2012년 4월에 그만둔 것이 맞다. 서울시교육청에 통보 및 의결까지 마쳤으나 등기부는 법원 판결을 받아 고쳐야 하는 문제가 있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임시이사가 아닌 정이사 체제가 되면 정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친박계 핵심 비선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은 최태민 목사 사위 정윤회 씨 역시 낙하산 인사 구설수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지난 7월 공모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신임 사장에 응모한 지원자 가운데 조원규 서울광고기획 부사장이 ‘정윤회 측근’으로 알려진 까닭에서다. 조원규 부사장은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아산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낙천하기도 했다.
코바코 안에서는 사장 공모 이전부터 정권 ‘숨은 실세’의 측근이 올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고 한다. 이에 언론노조까지 합세해 반대하자 코바코와 방송통신위원회는 4명의 면접대상자를 모두 탈락시키고 이례적으로 재공모에 돌입한 상태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