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은 백성을 향해야…” 리더십에 열광
<명량>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은 흥행을 견인한 일등 공신이다. 사진제공=퍼스트 룩
리더를 절박하게 기다리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명량>을 향한 국민적 관심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인간적인 두려움을 겪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뚝심으로 백성과 나라를 구하는 영화 속 이순신의 모습에선 리더를 넘어 ‘메시아’(구세주)적인 모습마저 엿보인다는 평가까지 따른다.
극중 이순신의 대사가 이를 증명한다. “충은 의리다. 의리는 왕이 아닌 백성을 향해야 한다.” 심지어 어렵게 얻은 승리의 공마저 백성에게 돌린다. 승리의 이유를 묻는 부하에게 “백성이 나를 끌어준 게 천행인지, 회오리가 몰아친 것이 천행인지 생각해 봐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지향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실존인물이자 가장 존경받는 위인으로 꼽히는 성웅 이순신을 향한 대중의 절대적인 지지 역시 영화 흥행을 불러왔다. 실제로 영화를 본 관객들은 포털사이트와 각종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이순신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을 꺼낸다.
김한민 감독은 “영웅을 계몽적이거나 고뇌하는 인간으로 보여주는 두 가지 선택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며 “이순신 정신의 본질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 영화의 화두로 삼았다”고 밝혔다.
<명량>은 그동안 1000만 영화들이 보여 왔던 ‘흥행 공식’까지 바꿔놓았다. 극장 주요 관객층인 20~30대가 먼저 흥행을 이끌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이후 ‘입소문’을 접한 40~50대 중·장년 관객이 움직이는 순서가 이번엔 깨졌다.
레드카펫 행사에서 팬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최민식.
<명량>은 개봉 첫날부터 40~50대 관객이 극장으로 몰렸다. 실제로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GV가 <명량>이 개봉한 7월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엿새 간 예매 현황을 집계한 결과 40대가 31.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40대가 <명량> 흥행을 주도했다는 의미다.
<명량>의 홍보마케팅을 맡고 있는 퍼스트룩의 강효미 실장은 “개봉 첫 주부터 중장년과 가족단위 관객이 대거 몰렸다”며 “20~30대에 비해 좀 늦게 움직이는 이들 관객이 초반에 집결하면서 흥행은 물론 전체적인 좌석 점유율까지 높였다”고 밝혔다.
<명량> 흥행을 견인한 주인공은 최민식이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을 연기할 단 한 명의 배우로 최민식을 떠올리고 그에게 배역을 제의했다. 최민식은 “걱정을 넘어 두려웠다”고 했다. 촬영이 끝나고 영화가 개봉을 앞뒀을 때까지 최민식이 가장 많 꺼낸 말은 “두렵다”는 이야기였다. 실존인물인 데다 ‘성웅’으로까지 추앙받는 이순신을 연기한 부담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 탓이었다. 본인의 고통은 극심했지만 어쨌든 최민식은 <명량>을 통해 마침내 비교대상 없는 배우로 떠올랐다. ‘대체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 관심은 <명량>의 최종 흥행 기록에 집중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1000만 흥행은 무난하겠지만 ‘그 이상’을 점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일찍이 <명량>처럼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비교대상’은 물론 ‘판단 지표’가 될 만한 영화가 없다는 뜻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명량> 그 이후 최민식 다음 선택은… ‘조선의 마지막 사냥꾼’ <명량>의 파죽지세 흥행 덕에 주인공 최민식과 연출자 김한민 감독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한민 감독 김한민 감독은 <명량>과 더불어 기획했던 ‘이순신 3부작’을 고심 중이다. <명량>에서 이어지는 <한산>과 <노량>, 즉 이순신의 3대 대첩의 완성이다. 김 감독은 “<명량>을 찍으며 다진 기술과 노하우를 발전시키고 싶다”며 “인연이 되면 지금의 스태프, 배우들과 계속할 뜻도 있다”고 밝혔다. 후속편의 부제도 이미 정했다. <한산:용의 출현>, <노량:죽음의 바다>다. 실제로 <명량>의 마지막 장면에선 <한산> 편을 예고하는 에필로그가 등장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단 전제는 붙는다. 개봉 전 김 감독은 “<명량>의 흥행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로선 전망이 밝다. [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