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수 전주지검 중요경제범죄수사단장이 작성한 책 ‘음주단속, 과속 측정의 허상’ 출간돼
이런 주장을 과학적으로 풀어낸 현직 검사인 안성수 전주지검 중요경제범죄수사단장이 작성한 책 ‘음주단속, 과속 측정의 허상’이 출간됐다. 이 책에서는 음주, 과속 사건 처리 비과학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현직 검사가 음주단속과 과속 측정의 비과학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직 검사인 저자가 사건 처리하면서 접했던 문제를 깊게 연구해 보니, 우리의 음주, 과속 사건 처리가 너무 엉성하게, 비과학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반인은 물론, 분석관, 수사관, 검사도 사건을 관행대로만 처리하고 있었다. 저자가 책에 밝혀낸 새로운 진실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저자는 ‘호흡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은 과학으로 입증되었다’고 말하면서 ‘호흡 측정치를 혈중알코올농도로 보는 일은 목적 측정량 즉, ‘메저랜드(measurand)’와 실제 측정량(measured)을 구별하지 못해서’라고 지적한다.
또한 ‘다음 날 아침 정신은 멀쩡한데, 음주 수치가 나올 때 ‘멜란비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호흡을 오래 불면, 측정 수치가 높아진다. 그런데 내신(?) 호흡량은 기록도 되지 않는다’, ‘혈중알코올농도는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한다. 시간이 지나 혈액을 측정해서는 운전 시점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위드마크 공식의 역추산에도 한계가 있다’, ‘1회 호흡 측정은 과학적 신뢰도를 인정받을 수 없다’ 등의 도발적인 주장을 이어간다.
이 책은 음주단속과 과속 측정 분야에 관한 국내 최초의 책이다. 저자는 이미 밝혀진 이러한 사실들을 사건 처리에도 널리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측정기의 원리는 물론, 국내 문헌에서 찾기 어려운 ‘메저랜드(measurand)’ 개념도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메저랜드는 측정하고자 한 ‘목적 측정량(measurand)’이다. 이는 ‘실제 측정량(measured)’과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
이처럼 ‘측정하고자 한 것’과 ‘계산 공식’이 다른 개념임을 알면, 계산 공식 자체가 맞는지, 계산 공식을 이용한 결과가 정확한지를 점검할 수 있게 된다. 즉 호흡 알코올을 혈중 알코올로 전환하는 계산 공식이 정확한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인간이 하는 모든 측정에는 피할 수 없는 측정 불학도 개념을 이해하면, 다른 영역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음주단속과 과속 측정 관련 업무 종사자, 일반 독자들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음주 사고의 피해를 고려하면, 음주 운전 방지를 위한 노력을 결코 소홀히 해서 안되지만,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과학에 근거한 입법, 정확한 측정과 측정에 대한 이해, 구체적 사정과 정상을 참작한 가혹하지 않은 처벌이 필요하다”
한편 저자인 안성수 전주지검 중요경제범죄수사단장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사법학과를 졸업해 34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24기, 미국 뉴욕주 컬럼비아 법과대학 졸업(LL. M.), 인하대학교 법학박사(형사법전공) 등의 과정을 거쳐 공부해 왔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