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회사를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해야 할 이재현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한 만큼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이재현 회장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1100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CJ그룹이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으로 한국 경제에 기여한 바는 크지만, 대한민국이 없으면 CJ도 없다”며 “대한민국의 존립 근거는 납부하는 세금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이 회장이 횡령한 금액 대부분을 회사에 갚기는 했다”면서도 “최근 인기를 끈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다’고 말하며 왜구를 물리치러 나갔던 것처럼, 물질보다는 건전한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량>은 이 회장의 CJ E&M이 투자와 배급을 맡은 영화다.
검찰의 구형에 대해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이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이 회장이 이식 받은 신장의 수명은 10년 정도인데, 그 사이 거부반응이 나타나 수명은 더욱 단축됐을 것”이라며 “이 회장은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생을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 역시 이날 최후진술에서 “재판장님, 살고 싶습니다”라며 “살아서 CJ를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이것이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고, 또 길지 않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이 회장은 1990년대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하면서 조세포탈과 횡령,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다.
지난 1심에서 검찰은 징역 6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4년에 벌금 260억 원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이 회장이 면역체계가 약화돼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구속집행정지 결정내리고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후 항소심 재판부가 구속집행정지 재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지난 4월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몸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한편 이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9월 4일 열린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