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내밀면 그만인데… ‘그 남자는 왜 혐의를 인정했을까’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스틸것.
“성매매라는 게 참 모호하다. 만약 가게에서 2차를 나가는 경우 검찰이나 경찰이 노리고 수사를 벌이면 쉽게 적발된다. 그런데 훨씬 많은 돈이 오가는 스폰서 등 은밀한 성매매는 수사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업소에서 일하는 접대 여성이 단골 고객 가운데 한 명이랑 스폰서 관계를 맺고 성매매를 할 경우 경찰이나 검찰에 적발당해도 서로 오리발 내밀면 끝이다. 서로 좋아서 같이 잤고 사랑해서 선물로 약간의 돈을 줬다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사랑의 선물이 아닌 성관계의 대가로 금전이 오간 거라고 입증하겠나. 성현아 역시 마찬가지라고 봤다. 만약 5000만 원이 오가고 세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할지라도 그때 서로 좋아서 사귀는 관계라서 같이 잔 것이며 5000만 원은 사랑해서 준 선물이라고 주장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재판 과정에서 성매수자 혐의를 받은 A 씨가 혐의를 인정하면서 성현아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재판부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A 씨가 왜 스스로 혐의를 인정했는지가 오히려 이번 공판의 가장 큰 이슈라고 얘기한다. 논현동 소재의 한 바 마담의 얘기다.
“재판이라는 절차의 특성상 혐의를 받는 피고는 무조건 무죄를 주장하게 돼 있다. 그런데 A 씨는 스스로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A 씨는 성매매 혐의를 인정하는 게 혐의를 부인하는 것보다 얻을 게 더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손님들과 얘길 해보면 왜 A 씨가 재판에서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했는지가 성현아가 정말 성매매를 했는지보다 더 궁금하다는 분들이 더 많다.”
성현아의 경우 항소 여부에 따라 2심, 3심 재판을 더 받을 수도 있어 아직 유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성현아에겐 아직 성매매 연예인이라는 오명을 벗을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성현아의 경우는 배제하고 실제 연예인들의 성매매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유흥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 그 결과 대다수가 ‘존재한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역삼동 소재의 텐프로 업소 사장의 설명이다.
“당연히 존재한다. 이쪽에서 일하다 보면 그런 예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단골손님 가운데 유명 여자 연예인의 스폰서인 분들도 있고 데리고 일하던 애들(접대여성)이 2차를 나가서 손님과 성관계를 가지며 그 손님과 여자 연예인의 경험에 대해 듣고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번 성현아의 경우 뭔가 모호한 구석이 많다.”
그가 성현아의 성매매 혐의가 모호하다고 말한 가장 결정적인 까닭은 사법 처벌을 받았다는 점이다. 실제 연예인의 성매매는 사법 처벌될 만큼 허술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경찰 수사 정도는 가볍게 무마할 수 있는 힘이나 돈을 가진 이들이 소위 말하는 연예인 성매수자라고 한다. 역삼동 소재의 텐프로 업소 사장의 설명이 계속 이어진다.
“적어도 이번에 함께 적발된 성매매 브로커는 정통 성매매 브로커는 아니다. 정말 성매매 브로커들은 경찰이나 검찰 수사에 걸려서 빠져나오지 못할 만큼 애매하게 일처리를 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룸살롱 마담 가운데에도 과거 연예인 성매매를 주선하는 브로커를 했던 이가 있다. 걔는 여자 연예인을 호텔 로비의 커피숍까지 직접 데려가서 룸에 들어가게 했고 나오면 직접 데리고 왔다. 돈은 무조건 현금으로 받아 근거를 남기지 않았으며 특히 손님 선정에 각별했다. 돈이 조금 많다고 해서 누구나 연예인과 잠자리를 갖진 않았다. 그 친구가 마담으로 있는 룸살롱에 소문을 듣고 찾아와 단골이 돼 연예인과의 성관계를 부탁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으면 절대 연결해주지 않았다. 걔는 연예인 성매매로 푼돈이나 벌자고 그런 일을 하진 않았다. 그런 힘 있는 고객들의 도움으로 자기 사업에 큰 도움을 받았고 그걸 위해 그런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이번 성현아의 1심 공판도 성매수자가 혐의를 인정하면서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던 성현아와 성매매 브로커 혐의를 받은 이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통 성매매 브로커들이라면 당연히 어떤 상황에서도 성매매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만한 이들을 성매수자로 선정한다고 한다. 아니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했다가도 성매수자가 누군지 알면 먼저 수사를 중단할 만한 인물이라는 판단이 서야 연예인 성매매를 주선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얘길 곁들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성현아 유죄 판결 소식을 듣고 긴장하긴커녕 자신의 브로커는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성매매에 나선 여자 연예인이 꽤 있을 것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