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다른 이와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대화의 출발점이다”
지난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진정한 대화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공감이 결여된 대화란 결국 빈 껍데기에 불과하며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는 하나-외환은행이 처한 상황과 빗대어 보더라도 커다란 시사점을 지닌다.
현재 하나금융 측의 조기통합론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결여된 부분으로 ‘진정한 대화의 부재’를 들 수 있기에 그렇다.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과정에 대해 금융위는 ‘대화와 설득’의 필요성을 분명히 강조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김한조 은행장이 진행해 온 소통은 지점장, 분점 부서장 등 지극히 좁은 소통이란 평가다. 이것을 직원들과의 소통이라고 보기에는 과장된 부분이 존재한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책임자급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절차 내에서는 고르게 목소리를 담아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주장하는 대화의 노력은 ‘의견의 수렴’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통합의 필요성을 강요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민주주의적 대화의 범주에 들어가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5187명의 외환은행 직원들이 조기통합 반대 의견을 확고히 하며 결의서까지 제출한 마당에 외환은행 본점 부서장 및 지점장들의 뜻이 곧 직원의 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나아가 현 상황을 살펴보면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외환은행 직원들의 뜻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스러운 부분도 있다.
외환은행 직원들이 금융위에 제출한 ‘조기 통합 반대 결의서’에는 전 직원의 94.2%가 서명했다. 조기통합 반대라는 직원 측의 명확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별다른 발언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의문을 자아낸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직원들의 의견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대직원 메시지를 통해 “통합에 대해 성실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직원들의 진정한 이해를 원한다면 위로부터의 대화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대화에 귀 기울이려 힘써야 할 것이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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