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론 가능 현실적으론 불가능
면직은 공무원을 일정한 직무에서 물러나게 해 공무원 관계를 소멸시키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의원면직(사직)ㆍ징계면직(파면) 및 직권면직의 3종류가 있다. 의원면직은 본인의 의사로 사표를 제출한 사직의 형태이고, 징계면직은 공무원의 비위 행위가 있을 때에 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임용권자가 파면하는 경우다. 파면을 당한 자는 5년간 공무원이 될 자격이 없다는 점에서 직권면직이나 의원면직과는 다르다.
면직은 공무원 신분을 해제시키는 임용행위로, 공무원이 사표를 제출해 퇴사 처리되면 근무경력이 20년 이상인 자는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파면은 공무원의 징계 중 가장 중징계에 해당되는 행위로, 파면된 공무원은 5년간 공무원으로 재임용이 불가하고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도 대폭 삭감되는 것은 물론 공무원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길거리 음란행위 논란이 일 때 법무부는 김 전 지검장의 의원면직 처리 결정에 대해 ‘대검찰청 감찰이 시작되거나 수사 결과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경범죄로 중징계가 예상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사표 수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검 감찰본부가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감찰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직무 배제 또는 보직 해임과 감찰, 그 결과에 따른 징계 없이 서둘러 사표가 수리되면서 ‘꼬리 자르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창원지검 임은정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사표 수리에 대한 해명을 요청합니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법무부가 대통령 훈령을 위반했다”며 “공연음란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 대상 사건이어서 피의자를 정식 재판에 넘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법무부를 직접 겨냥했다.
임 검사가 언급한 대통령 훈령은 ‘비위 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 제한에 관한 규정’을 지칭한 것으로, 훈령에 따르면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이 징계처분을 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징계 사안인 경우 사표수리에 의한 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공연음란죄’는 검사로서 체면과 위신을 땅에 떨어뜨린 중대한 사안으로 중징계 사안에 해당될 여지가 있으며, 이에 검찰이 김 전 지검장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린 후 정식 재판의 결과에 따라 징계를 결정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전 지검장은 법무부의 의원면직 처분으로 ‘공연음란죄’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연금은 물론 변호사 개업에도 원칙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상태다. 변호사법 5조 4~6의 조항에는 탄핵이나 징계처분에 의하여 파면ㆍ해임ㆍ면직된 자는 각각 5년, 3년, 2년의 자격제한을 받는다. 의원면직 처리된 김 전 지검장은 이 같은 변호사법 제한규정도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제 변호사 개업은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변호사 등록은 각 지방변호사협회에 신청서를 제출한 후 등록심사 위원회의 결의를 통과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6월 등록심사위원회로 하여금 변호사 등록 심사를 강화하고 변호사등록거부제도를 적극적이고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준경 김태현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나승철 회장의 성향과 김 전 지검장의 일탈에 더한 거짓말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고려해 봤을 때 변호사 개업을 위한 신청서 통과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