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가 없음. (사진=일요신문DB)
경찰청은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에게 100만~300만 원 상당의 돈봉투를 전달해 논란을 빚고 있는 이현희 경북 청도경찰서장을 12일 직위해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측은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돈봉투를 돌린 행위는 법질서를 확립해야 할 경찰서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철저한 감찰조사를 통해 결과에 따라 엄정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과 청도345kV송전탑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청도서의 한 직원이 추석 연휴인 지난 9일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에 사는 주민 6명에게 서장 이름이 적힌 돈 봉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돈 봉투를 전달하려 했던 이들은 그동안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온 주민들이었다. 경찰은 2명에게 각각 300만 원과 500만 원을 전달하려다 돌려주는 바람에 실패했다. 이어 다른 2명에게는 300만 원씩, 또 다른 2명에게 100만 원씩 등 총 800만원을 전달했다. 이 4명은 자녀가 대신 받거나 경찰이 돈을 두고 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합치면 1600만원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100만∼500만원을 차등을 둬 돈을 건넨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돈은 송전탑을 건설 중인 한국전력 측이 건넨 위로금으로 전해진다. 이 서장은 “내가 한전 대구경북지사장에게 제안해 돈을 받아 주민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경북지방경찰청 측도 “반대 주민이 오랫동안 농성이나 집회를 하면서 아프다고 해, 한전 측이 위로금을 준 것으로 안다”며 “한전이 주민과 대립하고 있는만큼 직접 전달하기 어려워 청도서장이 대신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전의 돈임에도 이 서장이 자신의 이름을 봉투에 적어 건넨 점 등 중립을 지켜야할 경찰의 적절하지 않은 처신을 했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사건이 불거지자 이 서장의 직위를 해제하고 지난 11일 4명의 감찰 요원을 청도에 급파해 감찰에 착수했다. 또한 후임 서장에는 송준섭 총경(대전청 여성청소년과장)이 발령됐다.
한편 한전은 청도군 삼평1리에서 송전탑 기초 공사만 한 상태로 주민 반발에 부딪혀 지난 2년 가까이 공사를 중단했다. 지난 7월 21일 새벽 주민과 시민단체가 공사를 막기 위해 설치한 망루를 철거하고 공사를 재개했다.
이에 일부 주민과 대책위 관계자는 지중화를 요구하며 건설현장이나 도청 등지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경찰은 그동안 주민과 대책위 관계자 20여명을 연행한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