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 타든 안타든 ‘룸’보단 ‘집’에서
톱스타들은 어디서 술을 마실까.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면 톱스타들이 해운대 포장마차 촌에서 소탈하게 술을 마시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리 소탈하지만은 않다. 톱스타가 있는 포장마차마다 매니저, 심한 경우 경호원까지 가세해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다. 그나마 부산국제영화제에서야 겨우 볼 수 있는 게 톱스타들이 포장마차에 있는 모습이다. 서울에선 그리 쉽지 않은 풍경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서 술을 마실까.
역시 가장 흔한 장소는 유흥업소다. 반드시 예쁜 접대여성들과 비싼 양주를 마시려고 룸살롱이나 텐프로 업소를 찾는 것은 아니다. 룸이 완비돼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된 공간이라는 부분이 그들이 유흥업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나마도 완벽하게 편안한 자리는 아니다.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들 입장에선 유흥업소에 드나드는 모습이 대중의 눈에 포착되는 것을 꺼리기 마련이고 때론 다른 룸의 고객들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상황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톱스타들이 유흥업소를 찾는 경우는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상황 때문에 제한적으로 이뤄지곤 한다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장소는 자신의 집이나 지인의 집이다. 호화로운 유흥주점에서 흥청망청 술을 마실 수 있을지라도 답답한 집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게 톱스타들의 현주소다. 이번 이병헌 협박 사건이 처음 벌어졌을 당시에도 대중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병헌이 두 여성과 술을 마시며 음담패설을 나눈 장소가 어디냐였다. 이병헌의 집으로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이후 이지연의 집이라고 알려졌고 이후 와인 바를 겸한 레스토랑이었다는 주장이 불거지도 했다. 역삼동 소재의 텐프로 업소 업주의 말이다.
“만약 당신이 이병헌이라면 어디서 술을 마시겠습니까. 가장 편한 장소는 자신의 집이나 지인의 집입니다. 오픈된 공간이 아닌 집이라면 술만 마시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겠지만 그들에겐 그런 별도의 목적을 떠나 갈 곳이 그런 공간밖에 없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톱스타들에겐 누구와 마시느냐가 중요합니다. 각별히 친한 친구와 측근들이 좋은 술친구겠지만 매번 그들하고만 마실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믿을 만한 지인들이 소개하는 이들과 동석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젊은 여성들과도 술자리를 갖게 되는 일이 자주 있는데 그게 꼭 남자와 여자 사이의 화학작용을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냥 젊은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이런 저런 얘길 듣는 것인데 그건 톱스타뿐 아니라 대부분의 남자들도 원하는 일이죠.”
필자 역시 과거 지인의 소개로 한 클럽녀와 술자리를 가진 기억이 있다. 클럽 마니아인 이 여성은 각종 파티에도 자주 참석하는 등 강남 사교계에서 나름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한동안 자신이 톱스타 A의 술친구였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지금은 결혼하면서 연락이 끊어졌지만 톱스타 A가 미혼일 당시 그분 집에 종종 놀러가곤 했어요. 매번 친구들이랑 서너 명이 함께 놀러 갔는데 늘 즐거운 술자리였어요. 깔끔하고 매너 있는 이미지가 그대로였어요.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그냥 우리들이 하는 얘기를 즐기고 이런 저런 게임을 하며 술 마시는 걸 좋아했어요. 다만 그분 매니저도 종종 함께 술자리를 했는데 그 분은 여자를 좀 밝히시더군요. 술자리에서 내 친구들한테 작업을 걸곤 했으니까요.”
이 여성은 자신과 톱스타 A는 술친구일 뿐 그 이상의 관계는 절대 아니며 A가 그 이상을 원하는 분위기를 풍긴 적도 없었다고 한다. 반면 조금 더 강렬한 술자리를 즐기는 톱스타도 있다고 한다. 삼성동 소재의 텐프로에서 근무 중인 이 여성은 명문대에 재학 중이다. 클럽을 함께 가는 아는 언니가 누군가의 소개를 받아 톱스타 B와 술자리를 갖곤 했다는데 그를 따라 B의 집에 놀러간 경험이 있다고 한다.
“조금 난감한 게임을 좋아해요. 특히 옷 벗기 고스톱이 백미였죠. 그런다고 홀딱 벗을 만큼 난잡한 게임은 아니었고 그냥 조금 야하게 즐기는 정도. 오히려 우리가 B의 화려한 복근의 상반신을 구경한 게 최고 노출이었으니까요. 오히려 진실게임이 더 야했죠. 아마 진실게임 하며 오간 대화 내용을 우리도 녹음했으면 그게 훨씬 더 심한 음담패설이었을걸요. 이번 사건 터지고 그 언니랑 우리가 50억 원 날렸다고 농담하고 그랬어요. MT나 미팅 같은 데서 흔히 노는 술자리를 이 분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구나 싶어 오히려 안쓰러웠어요.”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