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서 접촉했나
이 여파로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이 사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고, 경찰청 수사국장부터 사건 수사 라인에 줄줄이 징계가 내려졌다. 이제 의혹의 화살은 이택순 경찰청장에게 향하고 있다. 검찰이 경찰 수사 과정과 관련한 의혹 전반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면서 과연 최 고문과 한화그룹 측의 로비 손길이 이 청장에게까지 미쳤는지 여부가 초미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 청장이 고교 동기인 한화증권 유시왕 고문과 사건 발생 후에 전화 통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청장이 직접이든 간접적으로든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김 회장, 최 고문 등 한화 고위 관계자와 이 청장이 사건 직후 골프회동을 가졌다는 설도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검·경 안팎에서까지 골프 회동의 날짜, 장소 및 참가 인원의 이름이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몇몇 국회의원들도 이 같은 골프 회동에 관해 제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청장과 한화 측의 골프 회동설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5월 4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다. 이 청장이 출석한 자리에서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이 “용산고 21회 동기동창인 이 청장과 유 고문이 김 회장 사건 발생 후에도 전화 연락을 했으며 함께 골프를 쳤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한 것. 이 청장은 곧바로 “사건 이후에 만난 적도 없고 전화한 적도 없다”며 이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후 잠잠하던 골프 회동설은 최근 유 고문이 김 회장의 경찰 소환조사 당일 이 청장과 통화한 사실을 일부 언론을 통해 털어놓으면서 재점화됐다. 유 고문이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받겠다며 골프 회동에 대해서만큼은 극구 부인했지만, 오히려 52년생 동갑내기인 최 고문과 김 회장, 유 고문 그리고 이 청장이 사건 직후 동반 라운딩을 가졌다는 의혹으로 번졌다. 자연스럽게 이 청장과 최 고문, 그리고 이 청장과 김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각종 풍문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검찰 역시 이 청장과 한화 관계자가 4월 초 골프 회동을 가졌다는 첩보에 대한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는데 회동 장소로는 경기 가평 J 골프장과 용인 H 골프장이 거론되고 있다.
두 곳 모두 한화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이라는 점 때문에 이 청장과 한화 관계자들의 라운딩 여부 확인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소식통들에 따르면 J 골프장 관계자들은 기자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김 회장이 올해 이곳 골프장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고만 짤막하게 답변한 채 구체적인 라운딩 예약 기록 공개는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김 회장이 지난 3월 26일 유럽 출장을 떠난 뒤 4월 22일 귀국한 정황상 ‘4월 초에 김 회장과 이 청장이 골프 회동을 가졌다’는 첩보는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골프 회동설 등 양측의 ‘접촉’ 의혹에 대한 검찰의 광범위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어 ‘뜻밖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