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까지 속여 넘겼나
신정아 씨의 가짜 학력 파문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세간에선 신 씨의 ‘실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실체 논란’은 약 3개월 전 신 씨가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의 제목 ‘Who are you?’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새삼 눈길을 끈다. ‘Who are you?’는 신 씨가 신학기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내주는 과제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당시 칼럼에서 신 씨는 위와 같은 과제를 내는 이유에 대해 ‘김 아무개’ 등으로 알려진 브랜드 이름이 아닌 정말 나의 진정한 이름(real name)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글에서 지나치게 브랜드에 치우치는 한국의 전시문화와 그것으로 인해 질이 떨어지고 있는 국내 미술시장을 비판한 신 씨는 “‘누구 누구의 작품’인지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작가와 작품의 진정한 본질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술의 본질을 역설해온 신 씨는 정작 자신의 본질을 속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국제적인 행사의 책임자로서나 교직자로서나 학력은 사실 그대로 기재되어야 할 필수 사항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학위가 대수냐. 외국 유명 대학 학위를 무조건 떠받드는 한국사회의 고질병이 초래한 현상’이라고 이번 사태를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간 프로필을 거짓 학위로 모두 채워넣은 게 사실이라면 신 씨는 화려한 가짜 학벌 뒤에 자신을 숨겨왔다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신 씨는 얼마 전 터진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비리 사건과 관련, ‘그동안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결국 미술계가 자정하지 못하고 외부의 힘에 의해 정화될 수밖에 없게 된 점이 안타깝다’며 거침없이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그런 신 씨이기에 학계와 미술계의 충격과 분노는 오히려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