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각계 거물들 많다
▲ (왼쪽부터) 신정아 씨, 이창하 씨, 윤석화 씨 | ||
이처럼 유명 인사들에 대한 학력 위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자진 고백’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도 ‘신뢰 인프라 교란사범 특별단속 전담반’을 편성하고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아직 수사 초기 단계지만 일부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물이 꽤 나온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올 정도로 몇몇 유명 인사들에 대해선 학력 위조 사실을 입증할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져 향후 더 큰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상당수 학력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일단 검찰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수사의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론의 흐름도 그렇지만 정치·사회·경제 등 여타 분야와 비교해봤을 때 문화·예술계 일각의 풍토와 관행상 국내외 대학 등의 입학이나 석·박사 학위 수여 및 교수 임용 과정 등에 인맥과 주관적인 의사의 개입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오래전부터 이런 학력 논란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계에 대한 전방위 검증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검찰은 지난 8일 학력 위조 단속 의지를 천명하면서 문화·예술·교육계 인사들의 학력 위조 사실을 중점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수사팀은 그중에서도 도덕적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인사들로 학력 위조 수사의 범위를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은 학력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단순히 부풀려진 경우를 주목하기보다는 대학 석·박사 자격을 위조하거나 또는 위조된 학위를 취득하고 이를 사칭, 취업 행위를 한 인사들을 우선적으로 추려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대학 교수, 그리고 문화·예술 공공 단체 등의 간부급 인사들을 대거 검증선상에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가운데 해외 대학에서 학위를 딴 ‘해외파’ 출신 몇몇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검찰 주변 관계자들 사이에서 수사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음악 분야의 원로격인 A 씨에 대해서는 미국의 모 대학 석사 학위 취득과 미국 최정상의 대학에서 1년간 수학했던 경력을 놓고 사실 여부를 하나씩 검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A 씨의 해외 석사 학위 취득 논문은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신고조차 돼 있지 않은 상태다.
지나 2004년 학력 위조 논란이 불거졌던 예술계 유명인사 B 교수도 다시금 검찰 주변에서 검증 대상으로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B 교수는 과거 언론에 의해 일본과 미국 대학원 학력 위조 및 교수 임용시 학력을 허위 기재한 의혹이 제기된 인물. 당시 B 교수는 이러한 의혹을 보도한 해당 기자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일본의 모 여대 박사과정과 미국 H 대 대학원을 수료하지 않았다는 게 진실한 사실”이라고 판결, 학력 위조가 실제 사실로 판명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몇몇 인터넷 인물 정보란에는 ‘미국 H 대학교 대학원 수료, 일본 모 여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라는 이력이 변하지 않고 기재돼 있다. B 교수는 가짜 학위 논란이 불거진 직후 재직하고 있던 대학의 보직을 사퇴했으나 현재까지 교수직은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2005년부터는 굵직한 국제 대회를 주관하는 중책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B 교수는 법원 판결 당시 허위 학력은 인정됐지만 교수 임용 관련 서류에 허위 학력이 기재돼 있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허위 학력으로 교수가 됐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으나 이번 파문이 불거지면서 교수 임용 과정의 의문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연극 관련 공공단체의 고위 간부 C 씨 역시 B 씨가 수료했다는 미국 H 대학의 석사 취득 여부를 놓고 관련 업계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명성을 얻은 뒤 뒤늦게 대학 입학과 석사 학위 취득을 했던 유명 연극인 D 씨의 이름도 검찰 주변에서 오르내리고 있으며 인기 노래강사 E씨와 F 씨의 학력과 관련해서도 검찰에 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학위를 남발한 것으로 알려진 해외 대학이나 기관에서 학위를 취득한 경력을 갖고 있거나 △국내에서 교수로 임용·재직하는 과정에서 친분이 있는 타 대학 교수를 지도교수로 삼아 박사 학위를 편법으로 취득하고 △학력 검증이 쉽지 않은 러시아 및 동구권 일부 지역에서 학위를 받은 문화계 인사들이 검찰의 집중 추적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