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윤영호(좌) 김범석(우) 교수
19일 서울대병원은 윤영호 김범석 교수와 가천대 길병원 황인철 교수팀이 국립암센터와 함께 2005년 7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11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18세 이상 말기암 환자-가족 361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암환자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심폐소생술을 받는 것에 동의하는지’ 물음에 환자 52.6%와 가족 58.7%가 심폐소생술을 받는데 동의했다.
하지만 환자와 가족간 의견이 일치하는 그룹은 10쌍 중 6쌍(65.1%)에 그쳐 말기 암환자의 심폐소생술을 두고 환자와 가족 간 의견 불일치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같은 의견 불일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환자가 여성이고 정신적으로 안정된 경우, 환자의 심폐소생술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환자가 가족보다 5.17배 높았다.
환자가 체계화된 치료를 받고 건강한 신체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 환자의 심폐소생술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가족이 환자보다 2.65배 높았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가족과 의료진 간 의사소통은 환자의 심폐소생술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의료진과 심폐소생술에 관한 대화가 거의 없었던 가족은 충분한 대화가 오갔던 가족보다 심폐소생술을 원한다는 응답이 11.5배 많았다.
환자의 연명치료에 대한 충분한 대화가 있었던 가족은 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삶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란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윤영호 교수는 “예정된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연명의료에 대해 환자가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일 때 가족이 결정하는 것이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타당할 수 있다”며 “그러나 환자와 가족 사이에 심폐소생술에 대한 선호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의료진이 환자에게 상세한 설명과 함께 환자 본인의 생각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삶의 마지막 순간에 환자의 자율성과 권리는 존중되어야 한다”며 “의료진이 말기암 환자와 가족에게 말기라는 사실을 알리고 심폐소생술이나 중환자실 이용에 대해 사전 논의하는 것을 의무화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문은 미국 호스피스완화의학지(American Journal of Hospice and Palliative Medicine) 8월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송기평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