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커밍아웃 더 어려워
많은 트랜스젠더들을 상담했던 심리치료사 심지영 씨는 “그들과 상담을 하면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려는 것이 역력하게 보인다. 액세서리도 투박한 것을 많이 사용하고 또 일부러 거친 욕도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 씨는 “사실 그들은 친구가 거의 없다. 일반인들도 사귀기 힘들지만 또 그렇다고 같은 FTM끼리도 잘 만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도 FTM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외로움을 호소하고 때로는 극심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보이기도 한다. 심할 경우 이런 증세가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 씨는 “MTF에 비해 FTM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에 거부감을 훨씬 많이 느낀다. 그래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사실 지금 성전환 수술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보면 (MTF와 FTM이) 50 대 50 정도라고 한다”면서 “그럼에도 이처럼 FTM이 생소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적으로 더 많은 관계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이 알려지면 그런 관계가 깨질 것을 염려해 수술 사실이나 성적 취향 등을 비밀로 하는 경우가 MTF에 비해 FTM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수술을 받은 성전환자들은 과연 몇 명 정도로 추산될까.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의 최현숙 위원장도 “지금 현재의 상황으로는 통계가 불가능하다. 추정할 수도 없다. 지금 몇 군데에서 나온 추정치도 근거 없는 것이라고 본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 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어디서 수술이 이뤄지는지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들이 태국 등 외국에서 수술을 하고 들어오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심 씨는 트랜스젠더 같은 성 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정책이 이젠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FTM 대부분이 신분증이 필요 없는 직업을 선호하다 보니 아무래도 생계가 어렵다. 또 음지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러다 보니 범죄의 위험에도 많이 노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수술비 마련을 위해 직접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청소년기에는 혼자서 끙끙 앓다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심리치료 시스템과 국가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들이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현실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