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은닉 재산의 키맨?
지난 6일 미국에서 체포된 당시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 모습. 현재 연방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연합뉴스
김 대표의 가족까지 주목받게 된 것은 김 대표의 언니 역시 유 전 회장의 재산 은닉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부터다. <TV조선>은 최근 ‘김혜경 대표가 체포되기 직전까지 버지니아의 한 고급주택(12억 원 상당) 처분에 집중했으며, 이는 김 대표 언니 명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대표의 아버지 김 씨는 평범하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팔순 노령인 김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 출신으로 지역 명문 목포고와 건국대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김 씨는 13대~14대 총선(전남 신안)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정당과 민자당 후보로 나서 낙선했다. 당시 해당 지역구엔 한화갑이라는 거물이 버티고 있었다.
특히 자신의 고향인 신안 지역사회에서 그는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신안 및 무안의 농협 임원과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지역 체육회 부회장, 농지개량조합연합회(현 농업기반공사) 지부장 및 감사 등을 역임했다. 또 자신의 모교인 목포고 재광동문회 부회장과 건국대 전남총동문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 씨는 자신의 딸 김혜경 대표가 유 전 회장의 사건과 연루돼 잠적하기 직전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최근 이력은 연매출 수천억 원대인 대형 교육전문 출판사 감사와 재경신안군향우회 고문(겸 원로회 임원)이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김 씨는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0년간 6번의 중임을 거쳐 해당 출판사 감사로 재직했다. 이 출판사 회장도 전남 진도 출신. 이 역시 김 씨의 출신지를 기반으로 한 오래된 인맥임을 짐작할 수 있다.
김 씨가 고문으로 있는 재경신안군향우회 관계자는 “김 고문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훤칠하고 정정하며 사교적인 분이다. 딸과 관련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적극적으로 향우회 활동에 임했다. 지역 행사라면 거의 빼놓지 않고 참석했다”며 “그런데 사건 이후 사무실에 몇 번 전화가 온 것을 제외하곤 지금까지 모습을 안 비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일요신문>은 향우회를 통해 김 씨에게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현재 사정당국이 김 씨를 주목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김혜경 대표의 유 전 회장 재산관리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다. 앞서 보도에서 알 수 있듯 김 대표는 자신의 언니 명의를 이용한 사실이 있다. 아버지 김 씨를 포함해 또 다른 가족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한 가지는 유병언 전 회장과 정·관계 인사의 연결고리 여부다. 현재까지도 유 전 회장과 정·관계 커넥션은 중요한 의혹 중 하나다. 김 씨의 화려한 지역 사회 이력과 정치적 경력은 충분한 정황이 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그 정도 이력이라면 야권을 비롯한 정계 인사와 ‘선’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하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서 직접 “법무부와 검찰은 유병언 측근인 김혜경 씨가 미국에서 구속이 된 만큼, 속히 국내에 들어와서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진실을 밝힐 기회를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미국에 수감 중인 김혜경 대표의 송환은 현지에서 진행 중인 이민재판이 끝난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병언 전 회장의 은닉 재산과 관련해 키를 쥐고 있는 김혜경 대표의 송환과 동시에 아버지 김 씨 역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