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믹스 ‘독도는 우리땅’ 일본서 논란 거세져…내년 도쿄 공연 ‘빨간불’
엔믹스는 2025년 1월 11일과 12일 도쿄 라라포트 아레나에서 데뷔 후 첫 일본 팬콘서트 ‘NMIXX CHANGE UP : MIXX LAB in TOKYO’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과거 영상이 논란이 되면서 일본 내 최대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에서 콘서트 개최 반대 서명이 11월 18일 기준 4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한 반발은 더욱 거세다. X(구 트위터)에서 관련 게시물 1개 누적 조회 수가 6000만 회를 넘어섰으며, 수백만 조회를 기록한 파생 게시물도 속출하고 있다. 이는 일본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로, K-팝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반발이라는 평가다.
발단은 엔믹스가 8월 22일 ‘별별별’ 컴백을 기념해 유튜브 채널 ‘MMTG 문명특급’에 출연하면서다. 당시 엔믹스는 팀 고유 장르인 ‘믹스팝’(두 가지 노래 장르를 합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MC재재로부터 맥락 없이 여러 노래를 이어 붙인 곡을 소개 받았다. 이 노래는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곡을 맥락 없이 믹스한 것으로, ‘독도는 우리 땅’ ‘진달래꽃’ ‘악어떼’ ‘루시퍼(샤이니 노래)’ 등이 실렸다.
일본 팬들의 반발은 이 노래에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말하는 ‘독도는 우리 땅’ 노래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엔믹스 멤버들은 익숙한 듯 ‘독도는 우리땅’ 노래를 따라 불렀고, 이는 일본 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일본 팬들은 ‘일본 팬들은 생각 안 하냐’ ‘다케시마가 한국 땅이라는 증거가 있냐’ 등의 댓글로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업로드 된 지 약 3개월이 지난 최근까지도 문명특급 해당 영상에 ‘그동안 산 앨범을 버리겠다’는 등 일본인들의 반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K-팝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혐한 정치세력이나 타그룹 팬덤의 역바이럴이 붙어서 규모가 커졌다”면서도 “하지만 SNS 확산세나 여론의 흐름을 보면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 속도면 청원 목표라는 5만 명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역바이럴은 특정 대상의 이미지나 평판을 의도적으로 손상시키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부정적인 내용을 확산시키는 조직적인 여론 조작 활동을 의미한다.
현지 네티즌들의 반응도 매섭다. 일본 SNS에서는 “더 이상 일본의 자본이 착취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이런 반일 정서를 가진 그룹의 콘서트를 왜 열어주나”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네티즌들은 “JYP는 절대 사과하지 마라” “사과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등 반응을 보이며 불이 붙은 상황이다.
국내 연예계에서는 독도 영유권과 아이돌 그룹의 활동을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연예계 전문가는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글로벌 활동을 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이런 정치적 이슈를 부담지우는 것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문명특급이나 진행자에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이돌 그룹을 정치적 이슈에 노출시킨 유튜브 제작진의 판단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한 엔믹스 팬은 “아이돌은 정치적 이슈와 분리돼야 한다. 독도가 우리땅인 건 분명하지만, 논란이 될 걸 알면서도 굳이 방송에서 ‘독도는 우리땅’을 부르게 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과거 TWICE 쯔위가 청천백일만지홍기(대만국기)로 논란이 된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논란의 한복판에 세울 이유가 있나.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어린 멤버들이 떠안게 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K-팝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의 해외 활동이 단순히 음악을 넘어 문화 교류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치적 메시지는 정치인과 외교관의 몫으로 두고, 아이돌은 순수하게 문화적 교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어린 아이돌 멤버들에게 이런 무거운 주제를 떠안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엔믹스의 일본 팬콘서트 ‘NMIXX CHANGE UP : MIXX LAB in TOKYO’(2025년 1월 11~12일 예정)의 진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K-팝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이돌 그룹의 해외 활동과 정치적 이슈를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K-팝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이러한 딜레마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