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곳곳 스프레이·페인트 칠…총동문회, 단체 ‘졸업생 연대’와는 선긋기
#총학 “밀실 논의” vs 대학 본부 “의견수렴 절차 계획”
지난 7일 동덕여대 제57대 총학생회 ‘나란’은 대학 본부에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문의했다. 총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을 통해 “근래 인터넷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동덕여자대학교 공학 전환’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학우분들께서 총학생회 온라인 소통 창구를 통해 주신 해당 의혹에 대한 말씀을 확인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총학생회가 파악한 바는 아래와 같다”며 “해당 사안이 논의되고 있는 건 맞으나, 공식적인 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대학 본부에서 동덕여자대학교 공학 전환에 대한 전반적인 첫 번째 논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안건이 논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본부는 지금까지 학생 대표인 총학생회 측에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며 “총학생회가 해당 의혹을 제기해야만 입을 여는 대학 본부의 행동은 8000 동덕인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11일 교내에서 시위를 벌였다. “명예롭게 폐교하라”는 현수막과 함께 학교 점퍼(과잠)를 늘어놓는 ‘과잠 시위’가 이뤄졌다. 100주년 기념관 건물 앞에는 ‘공학 전환 결사반대’라는 팻말이 붙은 근조호환이 늘어서 있기도 했다. 동덕여대 설립자 조용각 전 이사장 흉상이 각종 음식물과 청테이프 등으로 훼손됐고, 교내 곳곳에는 래커 스프레이와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12일 입장문을 통해 “11월 5일 대학비전혁신추진단 회의에서 각 단과대학 교수들의 논의를 거친 디자인대학과 공연예술대학 발전방안이 발표됐는데, 공학전환 사안이 포함되어 있었다”며 “논의 결과 본 사안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는 동의가 있었고, 이후 11월 12일 교무위원회 보고 및 논의를 거쳐 모든 구성원들과의 의견수렴 절차를 계획 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총장은 “정식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교무위원회 이전인 11월 11일 오후부터 학생들의 폭력사태가 발생했다”며 “대학에서는 본 사안에 대하여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까지도 점거 농성이 진정되지 않은 모양새다. 대학 본부 측은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학전환 논의 반대’를 위한 수업 거부 및 불법 시설 점거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수업 거부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까지도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대면강의를 하도록 신변보호를 해달라는 교수와 학생들의 요청이 늘고 있고,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 사이버테러를 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여대 출신으로 남고 싶다” “훼손 용납 안 돼” 동문마다 반응 제각각
앞서 총학은 8일 입장문을 통해 “여성교육이라는 창립정신과 함께 여자대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동덕여자대학교가 개교됐는데, 공학 전환은 대학의 근간을 흔들고 대학을 구성하는 여성의 지위를 상실케한다”며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여자대학은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서 안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준다. 대학 본부는 여자대학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여성의 권리 신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역 시절 ‘정답소녀’로 불렸던 배우 김수정은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 김수정은 동덕여대 공연예술학부 방송연예 전공으로 재학하다가 중퇴한 바 있다. 김수정은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서명 인증샷을 올리면서 “세상에 이해 안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네”라고 썼다.
김수정을 향한 응원과 비판이 뒤섞인 가운데, 김수정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신을 향한 성희롱 댓글을 캡처한 사진을 스토리에 게재하면서 “내가 여대 출신으로 남고 싶다는데 이러고 있는 너희를 보면 잘도 공학이 다니고 싶겠다. 너희처럼 음침하고 모자란 남자 정말 싫어한다”고 응수했다.
반면 동덕여대 총동문회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여대의 목표는 자연소멸’이라는 개악적인 주장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라며 “지금의 동덕은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역사와 노력의 결실로 만들어진 보석과 같은 결과물인데, 어떠한 이유로도 이를 함부로 훼손하고 망가뜨리는 경우는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총동문회는 “현재 졸업생 일동이라는 명분하에 게시글을 올리고 활동하고 있는, 불분명한 임의 단체인 ‘동덕여자대학교 졸업생 연대’는 동덕여자대학교 총동문회와는 관계가 없음을 밝히는 바”라며 시위하는 학생들과 뜻을 함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