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표 만지면서 가슴 ‘툭’ 고맙다 인사하며 허리 ‘쓱’
한 30대 여성 캐디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캐디들의 성추행이 비일비재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녀는 “나이가 있고 연륜이 있는 캐디들은 ‘남자들이 다 그렇지’ 하면서 거부를 하거나 대처를 하지만, 어린 여성 캐디는 엄청난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다. 불이익을 당할까봐 참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라고 전했다.
‘고맙다’나 ‘수고했다’는 표시를 하면서 은근 슬쩍 캐디의 등이나 허리를 쓰다듬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카트를 운전하는 여성 캐디가 타기 전에 의자 위에 손을 올려두고 엉덩이를 만지는 경우도 있다. 여성 캐디들 사이에서는 ‘늑대손’으로 통할 지경이다.
성추행도 문제지만 말로 하는 ‘성희롱’이 더욱 심각하다는 얘기도 있다. 골프와 성관계를 비교해 음담패설을 일삼는 고객들도 상당하다는 것. 한 여성 캐디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 남성 손님이 ‘골프와 섹스와 유사점을 아느냐’, ‘구멍에 집어넣는 것이다’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골프장에서의 성추행과 성희롱은 알려지는 것보다 그저 묻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골프장 외부에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면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에 골프장 측이 손님 편을 드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한국골프캐디협회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캐디들이 손님과 문제가 생겨 골프장 측에 보고를 하면 골프장 관계자들은 ‘네가 알아서 잘하면 안 되냐’라며 오히려 캐디에게 면박을 주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 2월 대법원은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 캐디들의 반발을 빚었다. 골프장 측의 불공장한 처우에도 쉽게 반발할 수 없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앞서의 한 여성 캐디는 “성추행과 성희롱에 노출된 캐디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