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은정 이스타 부기장 블로그 캡처 (현재는 삭제된 상태)
조 씨의 의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조 씨의 블로그는 현재 사과문을 제외한 모든 글을 지우거나 비공개 처리해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조 씨가 글을 지우기 전 조 씨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하늘에서 보는 홍콩’이라는 제목의 글을 삭제 전 캡처해둔 사진을 확보했다. 조 씨는 이 글에 홍콩 공항으로 비행 중 찍은 사진 6장을 첨부했다. 조 씨는 이 사진에서 자신이 부기장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비행 중인 조 씨가 사진을 찍은 자리는 부기장의 자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조 씨의 이 사진을 본 현직 기장들은 이 사진에서 부기장인 것이 드러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항공사 현직 기장인 A 기장과 저가항공사 현직 기장인 B 기장은 “이 사진을 봤을 때 조 씨는 중요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 세계 모든 항공사에 있는 중요한 규정인 스테럴 콕핏(Sterile Cockpit) 규정이다. 스테럴 콕핏 규정은 비행중요단계에서 운항 시 운항승무원은 안전 운항과 관련된 업무만 수행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행중요단계는 순항을 제외한 10000ft 이하의 모든 비행, 푸쉬백(비행기 출발 전 비행기를 밀 때를 의미), 지상활주, 이륙 및 착륙에 해당한다. 하지만 조 씨의 사진을 봤을 때 조 씨는 10000ft 이하에 있을 때 비행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등 시선을 분산 시켰다는 것이다.
스테럴 콕핏 규정
이 사진을 본 앞서의 B 기장은 “홍콩 공항은 자주 가봐서 잘 안다. 사진으로 봐선 10000ft 이하가 틀림없다”고 말했다. A 기장도 “홍콩 공항은 많은 항공사가 일반 공항에 비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정한 특수공항으로, 특수공항으로 지정된 공항으로 운항하려면 기장, 부기장은 별도의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 곳이다”며 “조 씨가 근무하는 이스타를 포함해 국내 메이저 항공사에서도 지정한 특수공항임에도 비행과 관련한 업무만 해야하는 스테럴 콕핏 규정을 위반하고 집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 씨는 자신을 기장이라고 사칭하고 다녔지만, 정작 부기장으로서 지켜야할 가장 기본적인 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 된다.
한편 앞서 지난 17일 조 씨는 사과문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사칭 논란에 대해 정식 해명하기도 했다. 조 부기장은 “수습기장으로 정식기장이 아니었음에도 기장이라고 세상에 알려진것에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조 부기장은 “상황과 정황이 어찌됬건 제가 중심을 잘 잡고 옳고 그른 판단을 잘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라며 후회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