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살까지 뛸 거야” 87세 할배 짱 멋져요~
가을을 달린다 외국인 21명을 포함해 2800여 명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위 원안 사진은 최고령 참가자인 87세 김종주 씨.
2800여 명의 각국 참가자들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풀코스, 하프코스, 10㎞와 건강마라톤 5㎞로 나뉘어 청명한 가을 한강변을 달렸다. 8시 10분부터 시작한 식전 행사는 KBS 성세정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밸리댄스 팀이 식전 공연을 선보여 대회 분위기를 돋웠다. 무대 위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우승하는 모습이 상영됐다. 22년 전의 감격이 생각나는지 스크린 속의 황 선수가 결승선을 들어오자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일찌감치 대회를 준비한 참가자들은 <일요신문>과 <우먼센스>가 마련한 부스에서 기념품을 받으며 즐거워했다. 포토월에는 부부, 가족, 친구끼리 참여한 이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펀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대회사를 전한 일요신문 신상철 대표는 “눈부신 가을 하늘 아래 많은 이들이 모여 뛸 수 있어 기쁘다.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달리는 사람이 인생에서도 성공한다”며 참가한 마라톤 동호인들의 사기를 돋웠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감독이 참가자들과 함께 5㎞를 달렸다. 경기 전 축사를 하는 황영조 감독(위)과 풀코스 입상자들 모습.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 김종주 씨(87)는 개회행사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김 씨는 “마라톤 인생 38년 동안 30번 넘게 풀코스를 뛰었다.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마라톤이었다”며 틀니를 드러내면서 웃었다. 김 씨는 자신이 ‘로마회’ 소속이라며 “85세 이상 마라토너들의 모임이다. 늙을 로(老)자에 마라톤의 마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로마회 멤버는 지금 나 혼자뿐이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뛰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이어 “풀코스 뛰는 것을 자녀들이 걱정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뛸 거다”고 각오를 다졌다. 어린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590번 번호표를 달고 5㎞를 뛰는 정하율 군(5)은 “1등 할 거예요”라며 똘망똘망한 눈을 빛냈다.
대회에 앞서 경품 추첨 행사에서는 TV 두 대 등 푸짐한 경품이 마련됐다. 40인치 TV 경품에 당첨된 동대문마라톤클럽 소속 박혜영 씨(53)는 “너무 좋다. 화창한 가을날 마라톤도 뛰고 경품까지 받게 되니 기분 최고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가족들과 함께한 참가자들도 많았다. 가족 참가자들은 경기 전 몸을 풀며 서로 어깨를 주물러주는 등 단란한 모습으로 출발을 기다렸다. 아들, 딸, 아내와 함께 참가한 양철호 씨(43)는 “아이들과 함께 뛰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 다 같이 왔다”고 말했다. 딸 이슬 양(10)은 “마라톤 대회에는 처음 참가하는데 많이 설렌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일요신문> 부스에서 신문을 받는 참가자들, 식전행사로 펼쳐진 밸리댄스 공연,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드는 참가자들(왼쪽부터).
회사 동료들과 함께 달리기를 준비한 이들도 있었다. 사내 마라톤 동호회원 40여 명과 함께 참여했다는 김미순 씨(44)는 “마라톤은 친목 도모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동호회원 모두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며 웃었다.
오전9시 풀코스, 하프코스 참가자들이 힘찬 함성과 함께 출발했다. 뒤를 이어 출발하는 5㎞, 10㎞ 참가자들은 황영조 감독이 외치는 파이팅 소리와 함께 달리기를 시작했다.
대회 시작 17분 39초 만에 피니시 라인을 끊은 공병구 씨(36)는 5㎞ 부문 남성 1위를 차지했다. 공 씨는 “5㎞ 마라톤은 있는 힘을 다 뿜어내 뛰는 게 매력이다. 내 최고 기록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1위를 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한 데다 날씨도 선선해 달리기에 더없이 좋은 하루였다.
5㎞ 수상자에는 공 씨를 비롯해 김충남 씨(18분 29초), 송교민 씨(19분01초), 여성 1위 심승희 씨(27분 39초) 등이 입상했다.
10㎞ 코스 여성 1위는 46분 33초에 끊은 이종순 씨(51)다. 이 씨는 5위 권 수상자 중 최고령이다. 이 씨는 “이제 체력이 달려 많이 뛰진 못한다. 근래 들어 1위를 처음 해보는데 기분이 좋다. 마라톤 하는 걸 평소 염려하는 아들에게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외국인 참가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스물한 명의 참가자 중 다섯 명이 시상대에 올랐다. 남성 10㎞에서는 브라이언 매닝 씨(24)가 33분 56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매닝 씨는 “평소 일주일에 4일 정도 연습을 한다. 코스에 자전거가 많이 다녀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평탄하고 상쾌한 코스가 아주 좋았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하프코스 남성 1위는 조나단 바젯 씨(33)였다. 바젯 씨는 “자전거와 달리기를 병행하며 마라톤 대회를 준비했다. 11월에도 다른 대회가 있는데 참여해서 계속 마라톤을 이어 가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하프코스 여성 1위는 1시간 31분 52초 만에 완주한 건국에이스 클럽 소속 하금순 씨(44)다. 하 씨는 “매일 15㎞를 뛴다. 주말에는 20~30㎞ 정도 뛰며 체력을 다진다. 수차례 1위 수상을 했지만 어김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몸을 풀고 일제히 출발하고 있다(헬리캠 촬영).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 참가자도 많았다.
출발 2시간 55분 51초 만에 풀코스 완주자가 피니시라인을 들어왔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회사원 신호철 씨(50)는 “지난 화요일에 아들 둘을 군대에 보냈다. 아이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다리에 쥐가 나도 뛰었다”며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해 걱정했는데 입상하게 되어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밖에 김호경 씨(3시간 10분 27초), 이상배 씨(3시간 14분 53초)가 풀코스 2, 3위로 입상했다.
이번 대회 입상자 전원에게는 상장과 트로피가 주어졌으며 5㎞ 1위에서 3위까지 수상자에게는 전국마라톤협회 주최 대회 무료 참가권이 주어졌다. 10㎞와 하프코스 1위에는 상금 15만 원이, 2위에는 상금 10만 원이 주어졌다. 풀코스 1위에는 상금 20만 원, 2위에는 15만 원, 3위에는 상금 10만 원을 수여했다.
참가자들과 5㎞를 함께 뛴 황영조 감독은 “제 이름을 딴 대회로 더 뜻 깊게 여긴다. 날씨까지 받쳐줘 더 건강하게 뛸 수 있었다. 많은 분들과 함께 달려 기분이 좋다”며 소감을 전했다.
글=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사진=일요신문 사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