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옛사람들은 줄곧 돌과 흙 그리고 나무 안에서 생활했다.
설령 황제라 하더라도 단지 가장 좋은 돌과 흙, 나무 안에 살았을 뿐이다.
사람들은 땅에 심어 거둔 재료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 햇빛이 비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공간을 만들었다. 따뜻함과 안전 그리고 행복은 언제나 땅에서 거둔 재료 안에 있었다-본문 중에서.’
우리는 어딜 가든 또 무엇을 하든 건축물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건축’이라는 단어 앞에서 흔히 장대하고 복잡한 것, 경외하며 올려다봐야 하는 무언가를 떠올린다. 그러나 건축은 그저 멀찍이서 감상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에게서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의 영역이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중국 건축 이야기>는 쉽고 명료한 언어와 따뜻한 그림으로 건축의 본질을 풀어내고, 나아가 건축이 갖추어야 할 기본을 짚어준다. 저자들은 자연에서 거둔 재료의 운반과 가공 방법, 그릇과 가구, 민가와 황실의 건축 양식에 더하여 주변 환경과의 어울림까지 고려한 중국 건축을 소개한다.
자연의 자재로 쌓아올린 공간은 사람과 만날 때 비로소 따뜻한 숨결이 스민 장소로 되살아나며, 결국 건축에는 기술뿐 아니라 건축가와 거주자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철학까지 담겨있는 것이다. 규모가 하나의 현(縣)과 맞먹는 자금성은 중국 건축의 집약체라 불리지만, 그 역시 결국 대자연의 단순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것이다.
건축의 근본과 핵심을 쉬운 언어로 풀어낸 본문은 아기자기하면서도 힘 있는 그림과 조화를 이루며 더욱 단단해졌다. 또한 저자들은 글자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뜻을 지니며 그림처럼 기능하는 중국어의 특성을 살려 건축을 설명하고, 때로는 하나의 문자를 여러 개로 쪼개거나 다시 합쳐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건축에는 건축 기술뿐 아니라 건축 사상, 나아가 그 나라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있으니, 중국 건축을 읽는 것은 곧 중국의 정신을 읽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고건축이 예로부터 중국 건축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온 만큼 중국 건축의 뿌리를 파악함으로써 가까이 있지만 낯선 우리나라 건축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 어떻게 생겨났고, 그 공간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앞으로 건축에 어떤 가치들을 담아야 할지 짚어주고 스스로 생각해보게끔 만들어준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자오광차오, 마젠충 지음. 이명화 옮김. 다빈치. 정가 1만 8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