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메일 압수수색…“소송 취하, 이사직도 내려놨는데”

[일요신문]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취하하고, 등기이사직도 내려놨지만 검찰이 이메일을 압수수색하는 등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사업을 둘러싼 비리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지난 9월 30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국민은행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해 임영록 전 회장이 KB금융지주 사장에 취임한 2010년부터 최근까지 주고받은 이메일 기록 등 전산자료를 확보했다.

앞서 검찰은 김재열 KB금융지주 전무(CIO·최고정보책임자)의 이메일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임 전 회장과 김 전무 등이 은행 전산시스템을 IBM에서 유닉스로 바꾸는 과정에서 외부 컨설팅보고서를 유닉스에 유리하게 조작하고, 실시하지도 않은 성능검증(BMT)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은 주전산기 교체비용이 2000억~3000억 원 수준인 만큼 임 전 회장을 비롯해 국민은행 임직원들이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검찰은 최근 국민은행 임직원들을 연이어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한편 임 전 회장은 지난 9월 28일 법무대리인 화인을 통해 “지난 9월 16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취하한다”고 전했다. 또한 KB금융지주 등기이사직도 사퇴했다. 

이는 “범죄행위에 준하는 잘못이 없다”며 “끝까지 가겠다”던 임 전 회장은 ‘자리’에 집착하는 것으로 비쳐질지 모른다는 부담감, 관료 출신으로 정부에 맞서서 이기기는 힘들다는 생각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민웅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