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재앙… ‘그 이상의 지옥은 없다’
최근 분화로 큰 피해를 일으킨 온타케산. 작은 사진은 분화 가능성이 점쳐지는 후지산 전경. AP/연합뉴스
지난 9월 27일 오전 11시 53분. 굉음과 함께 온타케산이 분화했다. 순식간에 연기가 치솟아 하늘을 뒤덮었으며, 산사태가 나듯 화산재가 무섭게 등산객들을 덮쳤다. 축구공만 한 돌들이 하늘로 떴다가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격렬하게 쏟아지는 돌덩이 때문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날 간신히 목숨을 구한 생존자들은 “지옥을 봤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며 공포의 순간을 떠올렸다.
갑작스런 온타케 화산 폭발로 사상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12명이 사망했고, 사실상 숨진 것으로 판단되는 심폐정지 상태가 총 24명이다.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가 수십 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은 전 세계 활화산의 7%에 해당하는 110개의 활화산을 보유한 ‘화산 국가’다. 그런 만큼 일본 기상청은 각종 장비들을 동원해 24시간 화산 감시체제를 가동해 왔다. 특히 110개의 활화산 가운데 47개를 언제든지 분화 가능한 화산으로 분류, 예의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화산 폭발이 일어난 온타케산도 화산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는 곳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고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걸까.
사실, 화산 폭발은 마그마 폭발과 수증기 폭발로 나뉜다. 마그마 폭발은 지진이나 융기의 전조가 있어 예측하기 쉬운 반면, 수증기 폭발은 마그마의 열로 지하수가 비등하면서 화산재 등을 분출하는 것으로 징조를 포착하기 힘들다. 마치 압력밥솥처럼 고압상태가 되면서 느닷없이 폭발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학자들은 “이번 온타케산 분화도 수증기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온타케산이 몇 주 전부터 이상 징후를 보였다”면서 “화산 감시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부터 이틀 동안 온타케산에 무려 80여 차례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화산이 폭발한 당일 오전에도 ‘화산성 미동’의 흔들림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일본 기상청은 “온타케산은 8월 29일부터 화산성 지진이 관측돼 왔으며, 9월 10일에 52회, 11일에 85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2일 이후에는 감소해 26일은 6회뿐이었고, 계측기가 표시하는 지각변동 데이터에도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폭발 경계수준을 격상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해외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프랑스의 화산학자는 “이번 폭발은 매우 이례적이며, 현재 과학으로는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증기 폭발일 경우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온타케산 외에도 일본에는 후지산, 아소산, 하쿠산, 사쿠라지마 등의 화산이 ‘집중감시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이 중에는 ‘일본의 명산’으로 꼽히며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도 있어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후지산은 “언제 폭발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2000년 동안 후지산은 43차례 이상 분화했다. 50년에 한 번씩은 화산 폭발을 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300년 동안은 분화하지 않았고,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여파가 후지산 지각에 압력을 줘 화산 폭발 위험성을 높였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근래 후지산 주변 도로가 가라앉고, 호수 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만일 후지산이 폭발한다면 온타케산의 화산 폭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일본에 대재앙이 될 것임이 자명할 터. 따라서 이번 폭발을 계기로 후지산 분화 가능성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온라인신문 <제이캐스트>는 ‘후지산 분화방지대책 협의회’가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후지산 분화 예상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매체는 “후지산 폭발로 발생하는 용암이 지난 1707년 ‘호에이 분화’ 때와 비슷하면 약 75만 명이 피난길에 올라야 한다”고 내다봤다. 또한 “도시 전체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용암보다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낙진이다. 후지산이 분화하면서 쏟아내는 화산재가 지상 10㎝ 이상 쌓이면 목조 주택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화산재가 도쿄 등 수도권 일대로 날아들면서 약 1200만 명이 눈, 코, 기관지 등 건강에 이상을 겪게 된다.
2004년 내각부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후지산 분화로 인해 약 100㎞ 정도 떨어진 도쿄에서도 2~10㎝의 화산재가 쌓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전선이 파괴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고, 전철 신칸센 비행기를 비롯한 교통수단 마비, 단수 등 사실상 도쿄의 도시 기능이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액은 최대 2조 5000억 엔(약 24조 원)으로 추산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지진이 활발한 나라로 화산 폭발도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일본 각지에서 화산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이러다가 영화처럼 침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온타케 화산 폭발은 그 어느 때보다 일본인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온타케산 사망자 사인은 ‘돌비’ 쏟아져 치명상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온타케산 분화로 9월 30일까지 사망이 확인된 12명의 사인은 주로 분석이 강타한 데 따른 외상이었다고 한다. 분화 당시 영상을 분석한 결과, 크고 작은 암석들이 시속 720㎞로 쏟아져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신문은 “12명 전원의 목과 머리 등에 타박상과 상처가 있었다”고 전하면서 “온몸의 혈액순환이 나빠져 외상성 쇼크 등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유독 가스에 의한 질식사는 보고되지 않았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