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이빙벨>은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가 침몰한 세월호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그렇지만 개막을 앞두고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들이 영화 상영 금지를 요청한 데 이어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 시장까지 상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로 인해 제 1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앞두고 가장 뜨거운 문제작으로 떠오르고 말았다.
워낙 언론의 관심이 컸던 터라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처음으로 기자들을 만난 공식 행사인 2일 오후에 열린 개막작 <군중낙원> 기자회견에서부터 <다이빙벨> 관련 질문이 나왔다. 그렇지만 이용권 집행위원장은 “공식 기자회견 때 말씀드렸으니 그 내용으로 대신 하겠다”고만 밝혔다. 이는 곧 상영 강행을 의미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지난 달 2일에 열린 제 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기자회견에서 이미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다이빙벨>의 상영을 공식 발표했으니 당시의 답변으로 대신한다는 얘긴 예정대로 상영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루 뒤인 3일에는 뉴커런츠 심사위원단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 봉준호 감독도 <다이빙벨> 관련 질문을 받았다. 이에 봉 감독은 “(서병수 부산) 시장님께서 딱히 나쁜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첫 해 시정이다 보니 영화제라는 것이 어떻게 운영되고 프로그램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의 과정을 모르셨던 것이 아닐까 싶다”며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년 20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이는 20~30년 된 명가 식당에서 ‘육수 가운데 무엇을 빼 달라’고 셰프에게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첫 상영을 하루 앞둔 5일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공식집장을 통해 “<다이빙 벨> 상영은 예정대로 진행합니다”고 밝힌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올해까지 19회를 이어오는 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외압에 의해 상영을 취소한 사례가 없습니다. 그것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함”이라며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작품에 대한 비판과 작품의 상영취소 요구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더군다나 <다이빙 벨>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으로 보지도 않은 작품에 대해 상영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영화제의 정체성과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논란은 <다이빙벨>의 첫 상영이 있었던 6일 더욱 확대됐다. 해운대의 한 식당에서 가진 몇몇 기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이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면 내년에 예산 지원을 안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것.
해당 발언이 몇몇 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문광부는 즉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발언에 반박하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공식 입장에서 문광부는 “10월 6일 일부 언론에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다이빙벨>을 상영할 경우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산국제영화제 국고 지원과 관련하여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어떠한 언급도 한 사실이 없으며, 이용관 집행위원장 본인도 언론보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확인하였음을 밝혀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이용관 집행위원장 역시 “말이 와전된 것으로 문광부로부터 그런 통보를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당시 식사 자리에 있던 기자들이 해당 발언을 분명히 들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자 다시 “만약 그랬다면 그런 소문이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는 걸 잘못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용관 위원장이 말을 바꿨다는 지적의 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영화관계자들은 <다이빙벨>이 어떤 영화이냐를 떠나 기본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옳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영화 <다이빙벨>의 영화적인 가치, 정치적인 편향성 등 출품작으로의 선정 과정에 대한 지적의 소리도 있다. 또한 내년에 20주년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이번 논란이 미칠 영향이 과연 어느 정도일 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 =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