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다음 창업자
지난 3일 하승창 씽크카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 민주노총 지도부 카톡도 들여다봤다’라는 제목의 기사의 링크를 게재한 뒤 “웬만한 주요 그룹들의 카톡방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다음카카오 CEO라는 분의 인식도 ‘뭐 어쩔 수 없지 않냐’는 것이니까 더더욱 사용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 대표의 발언은 지난 2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압수수색이 오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박의견으로 보인다.
하 대표의 글에 이재웅 다음 창업주가 즉각 반박 의견을 달았다. 이 창업주는 “국가권력의 남용을 탓해야지 국가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하다니. 그러려면 그냥 이민 가라. 나 역시 카카오의 대응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건 선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권력의 남용을 탓하지 않고 시민 혹은 기업을 탓하는 이런 자세는 정말 구태다. 예전에는 의식이 없다고 동료 학우들을 탓하던 바로 그런 어쭙잖은 엘리트 의식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한 뒤 “국가권력의 남용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시민운동의 리더가 할 일”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창업주의 비판에 하 대표는 “정부와 검찰이 문제의 근본에 있는 것은 맞다. 사람들이 카톡을 쓰지 않겠다는 것도 그에 대한 대응의 한 형태”라며 “다만 카카오 CEO도 자기 발언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아 이야기한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들의 논쟁은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시사게시판 코너에 소개되면서 네티즌들에게 확산됐다. 네티즌 사이에선 “기업에 책임을 떠넘겨선 안된다”는 주장과 “창업주나 CEO의 인식이 뒤처져 있다”는 갑론을박이 들끓었다.
이 게시물에 달린 110개의 댓글 중에는 “카톡이 (따르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국가기관의 말을 따랐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사용자가 텔레그램으로 옮겨가는 것도 다음카카오가 어쩔수 없는 현실로 이해해야” “문자메시지 요금도 통신사가 합법적으로 받았는데 사람들이 카톡으로 옮겨왔다. 이제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카톡에서 텔레그램으로 가겠다는데 왜 난리인가” 등 날 선 의견들이 올라왔다.
또 한 네티즌은 “카톡이 이번 일 하나로 유저들이 떠나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다”며 “단톡방 강제초청, 단톡방 왕따사건, 불필요한 게임초대와 하트 날리기에 온 네티즌들이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카톡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 취급하며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그래서 떠난다”고 글을 남겼다.
또다른 네티즌은 “비판과 비난의 타깃 자체가 카카오로 향하는 것은 아니라 본다. 정부로 향해야 한다. 카카오톡은 평범했던 것이고 현 시대에서 평범한 카카오톡은 소비자의 요구와 맞지 않는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카카오톡 측은 8일 오전 ‘검열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마음 놓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외양간 프로젝트’를 실행하겠다”면서 프로젝트의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김수현 기자 penpop@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