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왜 ‘NO’라고 했나
그런데 최근 그 가짜 박사 학위 때문에 예일대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동국대가 예일대를 상대로 5000만 달러와 징벌적 배상을 추가로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동국대 측은 “예일대가 신정아 씨와 관련된 학력조회 요청에 잘못된 회신을 보냈기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예일대 측은 뒤늦게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했지만 동국대 측은 소송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세계 굴지의 명문대학인 예일대가 동국대의 소송 제기에 쩔쩔 매고 있는 사연을 취재했다.
동국대는 2005년 신정아 씨의 교수 임용을 위해서 예일대에 학력조회를 신청했다. 그리고 예일대의 회신을 통해 그가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다. 동국대는 이를 근거로 신정아 씨를 교수로 임용하게 된다.
하지만 2007년 학력 위조 파문이 일었다. 사건이 점점 커지자 동국대는 예일대에 그의 학력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예일대 측의 답변은 “2005년에 동국대로부터 학력 조회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동국대 측은 당시에 받았던 답신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지만 예일대 측은 이마저도 “그 서류는 가짜”라고 주장했다.
여론은 예일대 편이었다. 동국대 측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상황을 동국대 관계자는 “아무도 우리 말을 믿지 않고 예일대 말만 믿는 상황이었으며 우리 학교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예일대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 공문을 보내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2007년 11월, 리처드 레빈 예일대 총장으로부터 “확인 결과 2005년에 동국대가 신정아 씨에 대한 학력조회 요청을 한 적이 있으며 우리가 보낸 확인서 또한 진본이다”는 편지를 받았다. 예일대 측은 이러한 실수에 대해 “행정 업무가 폭주했기 때문(in the rush of business)”이라고 밝혔다.
예일대의 사과가 있었지만 동국대 측은 “우리의 명예를 회복하기에는 부족하다”라는 반응이었다. 또 “2007년 7월에 확인요청을 했을 때 예일대가 거짓말을 했는데 수개월이 지나서야 실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동국대 측은 올 3월에 미국 코네티컷 주 지방법원에 예일대를 고소했다. 이에 예일대 측은 재판 연기를 신청했고 기한이 다 되자 ‘재판 가치가 없는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법원에 재판 기각 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오는 8월에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예일대 측은 사과 편지 말미에 “앞으로 두 학교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갖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국내의 예일대 동문들을 통해 동국대 오영교 총장과의 면담을 신청하기도 했다. 어떤 식으로든 재판으로 가기 전에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동국대 측 관계자는 “재판을 통한 금전적인 보상 외에 우리 학교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