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비틀즈를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아(시작은 내가 했으니까).
하지만 문제가 너무 커진 면이 있지.
오늘날의 예술 대부분이 비틀즈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생각해? 네가 그 정도로 미쳤는지는 몰랐다, 폴.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만 정신 차리지 그래.
우리는 문화의 일부이지, 문화 전체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었잖아.
물론 우리가 세상을 바꾸기는 했지만 세상에 따라 흘러가야지.
골드 디스크는 내려놓고 이제 그만 날아 보라고! (‘편지142 린다와 폴에게 1970년’ 중에서)
존 레논은 화나거나 기쁠 때나 자신의 거의 모든 감정을 글로 옮겨냈다. 존이 작곡한 곡들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았고 그는 ‘Help!’,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Imagine’ 외에도 많은 작품을 남긴 위대한 작곡자이자 시인이었다. <존 레논 레터스>는 그가 생전에 남긴 편지들을 한 데 모은 최초의 책이다.
비틀즈 전기를 집필했던 헌터 데이비스는 존이 친척과 친구, 팬들과 애인, 심지어 세탁소 앞으로 쓴 편지와 엽서 300여 점을 추적했다. 존의 친척들과 절친한 친구들, 그리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집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적극 협조했다. 존의 아내이자 저작권 소유자이기도 한 오노 요코도 이 책에 아낌없는 정성을 쏟았다.
데이비스는 편지의 사연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편지들이 쓰일 당시에 존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누구에게 썼고 어떤 내용과 맥락의 편지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어떤 편지는 온화하고 유쾌하며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어떤 편지들은 상대방을 헐뜯거나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쓰였다.
편지 일부는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파 눈물이 핑 돈다. 존은 편지에 낙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우스갯소리를 써놓기도 했다. 존이 남긴 편지는 1951년 그가 10세였을 때 리버풀에 살던 이모에게 쓴 감사 편지부터 1980년 12월 8일 그가 40세의 나이로 암살당하던 날에 교환원에게 건네준 사인까지 매우 다양하다.
편지를 읽고 있으면 존의 삶과, 그가 가졌던 고민과 두려움, 열정 등이 짐작된다. 시인 김경주의 번역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천재적인 예술가 존 레논’이 아닌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려 했던 인간 존 레논’의 맨얼굴을 만날 수 있다.
존 레논이 지음. 김경주 옮김. 정가 2만 6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