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대가로 ‘죽음의 망망대해’
해양경찰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항구 및 포구 인근에 있는 무허가 직업 소개서에서 장애인, 노숙자 등을 유혹해 양식장, 어선, 염전, 고기잡이 배 등에 감금하고 임금착취를 하는 것은 물론 폭행과 협박을 일삼고 있다. 특히 이러한 업소들에는 조직폭력배가 개입해 있어 더욱 탄탄한 ‘불법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양경찰청이 조사한 한 사례를 보자. 약간의 정신 지체를 가지고 있는 박 아무개 씨는 그럴 듯한 광고 문구에 속아 해당 업체를 찾아갔었다. 그들은 ‘좋은 일자리가 있다’며 월수입 200만~300만 원을 보장했고 노조 활동도 허용된다는 사탕발림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악몽뿐이었다.
일단 배에 올라타자 임금 지불 조건을 변경하는가 하면 수시로 가해지는 폭행과 악담은 그를 코너로 몰아넣고 말았다. 심지어 잠을 많이 잔다고 맞는가 하면 시시콜콜한 일로도 수시로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결국 견디다 못한 그가 선택한 마지막 방법은 바다로의 투신. 하지만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시 바다에서 건져진 박 씨는 더욱 심한 구타를 당하며 제대로된 식사를 제공받지도 못했다. 그 후로는 끊임없이 강제노역에 시달렸으며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에 휩싸인 그는 또다시 바다로 투신했다. 다행히 인근에 있던 다른 배에 의해 구조됨으로써 겨우 그곳을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박 씨처럼 자발적으로 걸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악덕 불법 소개소는 자신들이 먼저 다가가 사람들을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고수익을 보장할 테니 일을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뒤 공짜로 술을 사주고 윤락녀까지 넣어준다는 것. ‘이게 웬 횡재냐’며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즐겼다가는 박 씨와 같은 악몽을 겪게 된다. 그가 먹었던 술값과 윤락녀의 화대는 고스란히 부풀려진 금액으로 ‘외상’으로 남아서 꼼짝없이 노예선을 타게 만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배 위에서 폭행을 당하다 목숨까지 잃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얘기.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데도 당국에선 정확한 피해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번에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노예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이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heymantoday@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