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진보주의자로 알려진 톰 하트만은 2016년 미국의 몰락을 확신하고 있다. 그 근거는 무엇이고, 현재 미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2016 미국 몰락> 저자는 “세계 제1의 부자 나라, 세계의 경찰국가, 기회의 나라, 초강대국 등 화려하고도 위압적인 수식어들과 달리 미국은 제4의 대폭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한다. 지출이 늘어나고 세입이 바닥난 정부는 고용보험, 의료 혜택 같은 최소한의 사회복지조차 국민들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해온 중산층은 사회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붕괴되었다.
토크쇼 진행자로도 유명한 저자 톰 하트만은 미국이 곧 붕괴될 것이라고 단언하며, 2016년에 미국 역사상 네 번째의 대폭락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주요 원인으로 경제 왕당파, 즉 은행가, 기업가, 억만장자, 약탈형 정치가, 파시스트 등 경제 위기를 부추기고 그러한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 부를 축적하려는 세력의 권력과 탐욕을 지목한다. 그들이 민주주의 인프라와 거버넌스를 장악하면서 한때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정치·경제 체제가 무너지고 있으며 다수의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대폭락이 4세대(80년)을 주기로 발생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첫 번째 폭락은 1660년대 말부터 1770년대 초반까지 계속되었던 경제 악화였다. 두 번째 폭락은 남북전쟁에 앞서 1857년에 일어났고, 1929년 주식시장 붕괴로 야기된 일명 ‘검은 화요일’이라고도 불리는 대공황이 세 번째 폭락이었다.
80년을 주기로 발생한 대폭락은 끔직한 유혈 사태를 불러일으켰지만, 그 결과 미국은 이전보다 더 평등하고 위대한 국가로 도약했다. 많은 인류학자, 역사학자, 애널리스트들도 혁명과 위기가 ‘세대’를 기본 단위로 순환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로 미뤄볼 때 2016년 대폭락은 필연적이며, 더 늦기 전에 지난 폭락들을 되짚어보면서 그 유사점을 찾아낸 다음 2016년의 위기를 극복하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국 초기에는 ‘연방주의자’, 19세기 후반에는 ‘강도 귀족’,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파시스트’, 오늘날에는 ‘1퍼센트’라 불리는 경제 왕당파(1936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용한 용어)와 악덕 자본가는 세 차례의 대폭락을 유발하면서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권력을 탐하고 나라가 파탄이 나도록 약탈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골드만삭스로, 그리스가 수십억 달러의 빚을 숨기도록 비밀리에 도와주고 실제 투자 가치를 속여 고객들에게 투자 가치가 없는 물건을 판매했다. 이들 금융 엘리트는 은밀하게 글로벌 쿠데타를 실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억만장자 코크 형제는 150개가 넘는 고등교육기관을 비롯해 각종 기관과 단체, 언론매체에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하면서 경제 부문과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6년 이후 미국은 재도약을 위해 어떤 과제를 수행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헌법을 개정하고 이전의 잘못된 법 개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사회안전망 구축, 공유자원의 분배, 금융거래세와 부유세의 도입, 투자 확대, 부채 탕감 등을 통해 기존의 경제 왕당파를 몰아내고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6년 미국의 몰락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미국식 자본주의를 당연시하는 우리나라는 과연 안전지대인가. 깊어가는 경제 불황과 소득 양극화, 정치 불신, 사회적 갈등 등 우리나라 역시 현재 미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도 냉철하면서 긍정적인 비판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면서 미래 비전을 설계하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톰 하트만 지음. 민윤경 옮김. 21세기북스. 정가 1만 6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