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눈 피해 ‘변종’ 판친다
▲ 동대문경찰서가 장안동 일대 불법 안마시술소 단속 이후 네온사인이 꺼져있는 업소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경찰의 단속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은 이번에야말로 퇴폐영업을 하는 업소들을 몰아내고 지역이미지를 바꿀 수 있게 됐다며 기대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일부 보도에 따르면 장안동 업소의 아가씨들은 수원, 인천, 동두천 등지의 유흥가와 집창촌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기자가 찾아간 장안동 일대의 밤풍경도 불야성을 이루던 과거와는 달리 한산하기만 했다. 밤 9시가 지난 시간이었지만 취객들의 발길은 보이지 않고 지구대와 동대문서에서 출동한 경찰들만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사복경찰이 투입된 탓인지 호객꾼들의 ‘영업’ 장면도 목격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내부로 파고들자 사뭇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새롭게 탈바꿈한 변종업소들이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노래주점’ ‘휴게텔’ 등으로 간판만 바꿔달고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았다. 더욱이 과거엔 보이지 않았던 ‘북창동식 시스템’을 도입한 신종업소도 있었다. 경찰의 서슬 퍼른 단속 속에서 생존을 위해 변신하고 있는 장안동 골목으로 들어가봤다.
A 주점은 장안동 단속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버젓이 ‘안마’ 전광판을 붙이고 영업을 했던 곳이다. 업주에 따르면 이곳은 단속이 시작되자마자 재빨리 업종을 노래주점으로 바꿨다고 한다. 업주는 “여기는 단속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말로 오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속칭 ‘북창동 시스템’을 도입한 이곳은 장안동 단속이 극심한 상황에서도 손님이 제법 많았다. A 주점의 한 종업원은 룸살롱 개념을 도입한 탓에 주인 말처럼 단속이 쉽지 않은 곳이라고 전했다. 성매매 현장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곳에 근무하고 있는 호객꾼에 따르면 A 주점에서는 1인당 10만 원 정도면 양주 한 병에 아가씨 한 명이 따라나오고 팁도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런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점차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서비스는 다르다. 예전엔 실제 성행위도 이뤄지곤 했지만 간판을 바꾼 후부터는 ‘유사성행위’에 국한된다는 것. 이 호객꾼은 “장안동이 성매매 집결지가 되기 전에는 원래 주점이 중심을 이루던 곳”이라며 “앞으로 이곳 업소들은 단속이 어려운 주점으로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호객꾼의 말처럼 최근 장안동에서는 ‘안마’에서 ‘주점’으로 간판을 바꾸는 가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일명 ‘휴게텔’도 불법 안마시술소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휴게텔로 이름을 바꾼 B 업소는 전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 9월 29일 B 업소 입구는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위의 감시카메라만 돌아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영업을 전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부 사정은 전혀 달랐다. 호객꾼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십수 개의 방이 있었고 방마다 컴퓨터가 한 대씩 놓여있었다. 손님이 자리 잡은 방으로 아가씨들이 한 명씩 들어가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대딸방’이었다. 단속을 걱정하는 손님에게 “애인끼리 함께 PC방에 온 것처럼 행동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전통 안마’라는 이름을 내건 업소와 속칭 ‘여관바리’ 스타일로 영업을 하는 업소들도 눈에 띄었다.
장안동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한 상인은 “확실히 장안동을 찾는 손님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영업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속이 심해 다들 움츠러들긴 했지만 안쪽에 위치한 가게들의 경우엔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이 상인도 장안동 업주들이 단속을 피할 수 있는 업종으로 바꾸고 있다고 귀띔해줬다.
그렇다면 왜 장안동 업소들은 불법 퇴폐영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장안동 단속 후 ‘안마’라는 간판을 내리고 다른 간판으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 아무개 씨는 “월세 수천만 원(2~3개 층을 합쳐)에 권리금이 수억 원대에 이르는 가게들이다. 이런 곳에 음식점이나 정상적인 가게들이 그 값을 주고 들어올 수 있겠느냐”며 “가게를 내놔도 나가지 않는 상황이니 변종 업소라도 만들어서 돈이 되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경찰의 단속 속에서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장안동 업소들의 변신은 경찰에게 또다른 숙제로 다가오고 있는 양상이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