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벗어도 ‘권력’은 안 벗어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류우익 전 비서실장,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 추부길 전 홍보기획비서관, 박영준 전 비서관. | ||
마침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한 비서관이 퇴임 후 직무 관련 주식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른 비서관들의 근황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류우익 전 실장이나 박영준 전 비서관 등 재임 당시 뉴스메이커였던 이들을 중심으로 40명에 달하는 1급 이상 1기 비서관의 근황을 취재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가장 무거운 십자가를 진 류우익 전 비서실장. 류 전 실장은 퇴임 후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갔다. 친지의 집에서 지내면서 LA 한인사회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갖는 등 한국 정치와는 거리를 두다 지난달 귀국해 강단에 복귀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주 1회 정도만 강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비서실장이 되기 전에 자주 찾았다는 서울역 인근의 피트니스 클럽에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광우병 파동과 관련해 이번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거셌지만 결국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아 ‘굴욕’은 모면했다.
왕비서관으로 통했던 박영준 전 비서관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 박 전 비서관의 사람으로 통하는 사람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입김’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는 들린다.
얼마 전 정치권에 회자됐던 ‘정두언 의원 뒷조사설’과 관련해서도 박 전 비서관과 연관시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나돌았다. 또한 최근 KT와 관련된 정두언 의원에 대한 소문도 결국은 권력투쟁의 연장선상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전 비서관이 일선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으나 영향력이 살아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끊임없이 컴백설이 나도는 비서관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대통령의 ‘복심’이었던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 곽 전 수석은 당시 청와대 내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곽 전 수석 산하 비서관실을 1-1, 1-2실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는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강의와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곽 전 수석이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으로 컴백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자 잠시 주춤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서는 시기가 문제일 뿐 복귀가 머지 않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문제가 되자 OBS 측은 이런 소문에 대해 적극 반박하며 이사회를 통해 회장과 사장이라는 직책을 아예 없애버리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추 전 비서관 역시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을 돕는 일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임명 초기부터 논문표절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박미석 전 사회정책수석은 2학기부터 이화여대 가정아동복지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이주호 전 교육과학문화수석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을 통해 강단에 복귀했다.
김병국 전 외교안보수석도 고려대학교에서 ‘비교정치개설’ 강의를 맡아 강단에 복귀해 학부와 대학원 강의를 맡고 있다. 김 전 수석은 쇠고기 파동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학생회로부터 ‘폴리페서’라는 비판과 함께 한때 복귀 반대 운동에 부닥치기도 했다.
이종찬 전 민정수석은 로펌이 아닌 개인 사무실을 열어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가기 전 법무법인 에이스의 대표 변호사였다.
쇠고기 파동의 주역이던 김중수 전 경제수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로 임명돼 지난달 말 파리로 떠났다.
쇠고기 파동과 논문표절 등 각종 논란으로 청와대를 나온 1기 비서진. 비록 보좌를 잘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불명예 퇴직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기 분야에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