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자 대부분은 보호자
A 씨는 재산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겪다 가족에 의해 강제입원됐다. 어느날 갑자기 사설구급차에 강제로 태워져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그는 자신의 병명에 대해 의사로부터 ‘충동적 장애’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와 재산 분할 문제로 다투던 B 씨는 술집에서 느닷없이 사설이송업체를 통해 정신병원에 감금됐다. 물론 그 뒤에는 아내가 있었다.
C 씨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머니가 남긴 재산을 가로채려는 이모에 의해 2년 동안이나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바 있고, D 씨는 불륜을 저지른 아내에 의해 졸지에 정신병자로 몰렸다. 그대로 이혼하게 되면 불리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E 씨는 불량식품을 고발했다가 업체 관계자에 의해, F 씨는 회사 경영권을 뺏으려는 아들에 의해, G 씨는 남편의 유산을 가로채려는 아들에 의해 각각 강제로 입원됐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은 극적으로 퇴원한 후에도 약물 후유증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고 일부는 ‘언제 다시 끌려갈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가족들과 아예 인연을 끊고 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신병자’라는 사회적 낙인은 사실이 아님에도 이들에겐 멍에가 되고 있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 예전처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들은 대부분 불과 몇 분 동안의 짧은 면담만으로 감금됐으며 심지어 한 정신과 의사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따지는 환자에게 ‘내 소견서 하나면 당신은 평생 여기서 못나간다’고 되레 협박한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보호자와 정신과 의사가 한통속이 아니라면 그럴 순 없을 것”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형사정책연구원 등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정신 치료 시설에 수용된 환자들은 6만 5000여 명. 이 가운데 자의에 의한 입원은 9.4%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강제입원이었다. 그리고 강제입원의 배후엔 대부분 배우자나 가족이있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