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법조계 ‘사모님’ 이름 빼곡
▲ 다복회는 서로의 신분을 드러나지 않게 해 재력가의 부인들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 ||
# 다복회는 어떤 모임?
다복회는 서초구 매봉역 인근에 위치한 한우 음식점 ‘W’에서 시작됐다. W는 도곡동에서 알아주는 맛집으로 정평이 나면서 한동안 유명세를 탔던 음식점이다.
W 식당의 운영자인 윤 아무개 씨(52)가 바로 이번에 잠적한 다복회의 계주다. 윤 씨는 지난 1990년대 후반 강남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강남권 내 유명인사들을 중심으로 지난 2001년 계모임 다복회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계모임은 주로 자신이 운영하던 W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윤 씨는 다복회를 형성한 이후 기존 회원의 추천에 의해서 신입회원을 만드는 식으로 계모임을 키웠다. 또한 윤 씨는 계모임을 점조직으로 운영, 서로의 신분을 철저하게 감춰줌으로써 재력가의 부인들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모임을 확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윤 씨가 보장한 높은 수익률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2005년부터 이 계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한 계원은 26개월간 6000여만 원을 내고 1억 원을 타간 적도 있었다. 이런 높은 수익률이 강남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다복회는 순식간에 200여 명이 넘는 거대 모임으로 발전하게 됐다.
# 계주 윤 씨는 어디에?
지난 10월 28일 잠적한 윤 씨의 행방은 그의 가족들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경찰은 해외로 도피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지만 그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계주 윤 씨가 도피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갖가지 얘기들이 돌고 있다. 가장 그럴듯한 얘기는 윤 씨가 1000억 원대에 이르는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 날려버리고 도피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는 부동산 투자설도 나왔다. 다복회의 한 관계자가 경찰에서 “계주가 부동산에 투자했다 실패하자 잠적한 것 같다”는 진술을 했다는 것이 소문의 골자.
얼마 전에는 사채업자 관련설도 등장했다. 다복회의 한 계원은 “사채업자들이 여러 계좌에 돈을 부었는데 올 들어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이들이 곗돈을 붓지 못하자 윤 씨가 사채를 끌어 이를 메우다가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사정으로 몰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 무엇도 확인된 것은 없다. 윤 씨가 나타나 입을 열기 전에는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윤 씨의 남편 김 씨와 그의 아들 김 아무개 씨(28)는 계원들에게 “조만간 일을 해결해 주겠다. (윤 씨가) 곧 돌아올 것이다. (윤 씨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떻게서든 우리라도 나서서 일을 해결해 주겠다”며 계원들을 진정시키고 있다.
하지만 윤 씨 남편의 변제능력이 과연 그 정도 되는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오히려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별로 없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어 가뜩이나 불안한 계원들을 안절부절못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윤 씨 가족이 운영하고 있던 W 식당조차도 이들의 소유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W 식당이 위치한 도곡동 180-X의 실소유주는 민 아무개 씨였다. 윤 씨 가족은 지난 1999년 말부터 이곳을 12억 원의 보증금을 내고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다복회 계원들은 누구?
다복회에 관해 무엇보다 궁금한 점은 계원들이 과연 어떤 사람들이냐는 것이다. 연예인은 물론 정·재계 인사들, 법조인 등 상당히 다양한 지도층 인사들 혹은 그 부인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자세한 명단은 아직까지 드러난바 없다. 현재 하나 둘 터져나오는 이름은 다복회 멤버들의 입을 통해 터져나오고 있다.
우선 정계 쪽은 소문만 무성할 뿐 실명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야당시절 당직까지 맡기도 했던 L 전 의원의 부인은 일찌감치 입방아에 올랐다.
재계 쪽으로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임원으로 있다 얼마 전 퇴사한 L씨의 부인이 거명되고 있는데 L 씨의 영향력 때문인지 계원들 명단엔 이 기업 ‘사모님’들이 유난히 많다는 소식도 들린다.
법조계에서 거론되는 인물도 범상치 않다. 대검찰청 검사를 거쳐 얼마 전 변호사로 변신한 A 씨의 부인과 유명 법무법인의 마님들, 현직 검찰 고위간부의 부인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름은 단연 연예인들이다. 그중에서도 여자 연예인이 많다. 라디오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K 씨, 활동이 뜸하지만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고참 가수 J·K 씨, 연예인 잉꼬부부로 유명한 P 씨, 일일드라마에서 열연했던 중견탤런트 C 씨 등 어느 정도 연륜이 있는 인물들이다.
젊은 층도 만만치 않다. 방송 3사를 오가며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맨 S 씨, 라디오 DJ와 방송을 오가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P 씨 등 다수가 다복회 계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류스타 P 씨의 경우는 정확한 출처가 없어 와전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기관 고위공직자들의 부인에 대해서도 설은 무성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실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 경찰 신고 “하지마 VS 해야돼”
다복회의 피해 규모는 1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300억 원 정도로 예상됐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다복회 회원 중 3분의 1 이상이 일인당 1억 원 이상이나 하는 구좌 두 개 이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하지만 피해 규모를 밝히길 꺼리는 계원들이 많아 정확한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유력인사들의 부인이고 피해 규모도 다른 계원들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재산형성 과정이 탄로날까봐 경찰 신고를 끝까지 반대하고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계원은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1억 원 정도로 적은 계원들이다. 서로의 입장이 달라서인지 회원들간의 갈등도 있었다. 신고 직후인 지난 7일 다복회 회원들은 한데 모여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놓고 격한 언쟁을 벌였다는 것.
경찰은 지난 11월 5일 다복회의 총무인 A 씨를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특별한 언급은 피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조사가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해 이번 사태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