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노정환)는 수출 가격을 고의적으로 부풀려 판매한 혐의(관세법 위반 등)로 모뉴엘 박홍석 대표(52) 등 경영진 3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홍석 대표는 모뉴엘 미국 법인과 홍콩 사무소 등에서 수출대금과 물량을 고의적으로 부풀리는 등 관련 서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모뉴엘은 가짜 신용장, 허위명세서 등 서류를 조작해 수출채권을 발행, 국내 금융사에 할인 판매하는 수법으로 최소 수백억 원 이상의 해외매출을 꾸며냈다. 이어 수출채권 만기가 돌아오면 또다시 허위 해외매출을 꾸미는 식으로 ‘돌려막기’했다. 모뉴엘은 전체 해외부문 매출의 80%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부풀린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모뉴엘은 무역보험공사에 수출실적증명서와 현금입출금명세서 등을 제출, 보증서를 발급받아 다시 국내 여러 은행에 제출해 수천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허위 해외매출 등을 근거로 모뉴엘이 국내 금융권에서 빌린 담보 및 신용대출 잔액은 6700억 원에 이른다. 기업은행이 1508억 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 1253억 원, 수출입은행 1135억 원, 외환은행 1098억 원, 국민은행 760억 원, 농협 753억 원 등이다.
이와 별도로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김범기) 역시 모뉴엘의 불법 사기대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앞서 무역보험공사의 진정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에서 모뉴엘 불법대출 의혹을 내사 중이었지만, 검찰은 사안의 파급력과 중요도를 고려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했다.
검찰과 관세청은 박 대표가 거액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미국 시민권자로 현재 출국금지 상태다. 박 대표와 함께 대출사기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동생 박민석 부사장(50)은 지난 8월 캐나다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박 대표 등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허위매출의 정확한 규모와 불법 사기대출 및 자금유출 의혹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박 대표 등의 구속 여부는 오는 30일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리는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한편 로봇청소기를 비롯해 PC와 생활가전 전반에 걸쳐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지난해 매출 1조 2737억 원, 영업이익 1100억 원 등을 기록, 국내 혁신업체로 주목받은 모뉴엘은 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환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지난 20일 수원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수원지법 파산2부(부장판사 김성수)는 지난 27일 모뉴엘이 법원의 허가 없이 자산을 처분하거나 채권자들의 가압류·가처분 등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이어 수원지법은 모뉴엘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오는 30일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모뉴엘 공장 등을 방문,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회사의 재정상태 등을 직접 확인할 계획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