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음지 전전…당당해질 순 없겠니
어떻게 구입하든 떳떳하지 못했고 비밀스러워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 몇 년 사이 성인용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그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성인용품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온라인 쇼핑몰도 성업 중이며, 상품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성인용품점을 찾는 사람들의 은밀한 실태를 취재했다.
무엇보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성인용품점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아무래도 ‘성인용품’이라는 점 때문에 매장을 통한 직접 구매보다는 인터넷 구매가 더 많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의 경우도 예전보다 직접 물건을 사러오는 사람이 늘었다. 쭈뼛쭈뼛 들어오던 과거와는 달리 당당하게 들어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부분 남성 혼자서 찾아오지만 부부끼리 혹은 여성들끼리 찾는 경우도 있다. 서울 미아리에서 성인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 아무개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장 인상 깊었던 손님들은 두 명의 여성이었다. 그녀들은 별로 쑥쓰러워하지도 않았고 이런 저런 물건들을 만지작거리면서 깔깔 웃기도 했다. 구입한 제품들로 봤을 때는 두 사람은 레즈비언인 것 같았다. 기본적인 자위기구는 물론 각종 SM용품까지 한꺼번에 구매해갔다. 그 후 몇 번 더 가게를 찾아왔지만 최근에는 발길이 끊어졌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이용자의 연령대를 확실하게 추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전에는 대개 30대 후반 이후의 중년 남녀들이 많이 구매했지만 최근에는 20대 중·후반까지 연령대가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성의식이 개방되고 자신의 성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은 속칭 ‘먹쇠’라고 하는 일종의 ‘진동성기 팬티’다. 남성의 팬티에 인조 성기가 달려있고, 여기에 특수 진동기가 설치돼 있어 성관계를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 제품은 원래 여성들끼리의 관계를 돕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남녀 사이의 성관계에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 발기력이 떨어지거나 발기불능 증세가 있는 남성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것. 정상적인 남성이라 하더라도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서 이 제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회전 먹쇠’까지 나왔다. 단순히 진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부분 전체가 좌우로 돌아가게 만들어졌다. 쾌감의 극대화를 꾀했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먹쇠와 함께 요즘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지스팟 링’이다. 이 제품은 자신의 지스팟이 어디인지를 모르는 여성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지스팟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남성의 성기나 손가락에 끼우고 작동시키면 여성 속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지스팟을 찾아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 제품을 많이 쓰는 사람은 ‘호스트’라는 후문이다. 자신의 여성 고객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 이 제품을 구매한다고.
이렇게 소비자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성인용품 쇼핑몰은 아직 열악한 형편이다. 인터넷 상에는 온갖 물건들이 그럴듯하게 진열돼 있지만 실제 재고는 하나도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단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그때 구입해 배달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이긴 하지만 물건이 없을 땐 비슷한 물건을 보내기도 한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쇼핑몰 전체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진다. 소비자들은 “운영자금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면 배달이 가능한 제품만 진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값싼 제품인 경우에는 품질보증이 되지 않거나 고장이 쉽게 나는 단점이 있는데 이 경우 소비자들이 항의해도 보상받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는 불법적인 약물류를 판매하는 성인용품 업체도 하나둘 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최음제나 불법 비아그라, 북한산 비아그라, 향정신성 의약품 등을 판매하고 있고 심지어는 중국산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라든가 짝퉁 비아그라까지 버젓이 거래하고 있다.
성인용품점은 분명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성관계를 하는 데 신체적 혹은 심리적 제약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음지에서 기생하는 측면이 있고 일반 국민들의 의식도 아직은 ‘변태’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음지속의 성인용품점이 양지로 나와 하나의 ‘당당한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먼 셈이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heymantoday@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