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괜히 찝찝하네…”
최근 검찰은 대통령의 이종 9촌인 정 아무개 씨(49)가 포함된 일당 3명을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 일당은 올해 3월 말 위조한 하도급 약정서를 이용해 인천에 있는 모 개발사무실에서 이 아무개 씨(41)를 만나 “서울 관악구 한 오피스텔의 분양대행권을 주겠다”며 접근, 분양대행 보증금 명목으로 2억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상가분양대행업체 대표인 이 씨에게 접근해 “우리 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이종 6촌이 있다”며 “돈을 먼저 주면 상가 분양권을 주겠다”고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친인척을 사칭해 한 번 재미를 본 이들은 다음 달에도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4월 29일경 같은 장소에서 건물 시공권자로부터 하도급업체 선정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또 다른 이 아무개 씨(45)를 속여 공사 하도급 대가로 현금 1억 1000만 원과 2000만 원 상당의 산삼을 받기도 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실제 이명박 대통령의 이종 9촌인 정 아무개 씨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이종 9촌은 너무 먼 관계라고 여겼는지 피해자들에게는 대통령의 이종 6촌이라고 말하며 접근했다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친인척을 가장한 사기 사건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영장 청구 사유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인 김옥희 씨의 공천비리 사건이 터진 적이 있는데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 씨가 구속되자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친인척 비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현재 대통령 친인척들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민정 1비서관실에서 관리하고 있다. 민정 1비서관실 내 이른바 ‘로열 패밀리’ 관리팀에는 검찰 경찰 감사원 등에서 파견된 10~15명의 행정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관리하는 대통령 친인척은 1200여 명 수준이다. 이들이 관리하는 대상은 이 대통령의 8촌 이내 친족, 이 대통령의 외가 쪽 6촌 이내, 김윤옥 여사 쪽 6촌 이내다. ‘이종 9촌’은 관리 범위에서도 한참 벗어나는 친척이다. 민정실의 한 관계자는 “이종 9촌은 남이다. 이를 ‘친인척’이라 하면 대한민국에 핏줄로 안 엮일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민정실에서는 이번 사건이 터지자 직접 관할 검찰청에 전화를 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했다는 후문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