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목구멍에 ‘특혜주’ 콸콸
▲ 정대근 전 농협 회장 | ||
검찰은 최근 박연차 리스트나 정대근 리스트에 대해 “정치권 리스트 수사는 애초 계획에 없었고 그간의 수사 결과, 물증이 포착된 것도 없다”고 밝혔지만 그렇게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모모 여권 핵심 인사가 걸렸다’거나, ‘훗날을 위한 보험용으로 리스트를 봉인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아무튼 박연차 회장에 대한 검찰발 뉴스는 뜸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정 전 회장이 1심과 2심에서 각각 무죄와 5년형이라는 전혀 다른 선고를 받게 된 배경이 관심을 모으는가 하면 구속 수감 중인 그를 면회 간 정치인들의 명단이 실명으로 나돌고 있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그가 농협 회장으로 있던 시기 주변 인물 등이 농협으로부터 특혜에 가까운 혜택을 받았다는 정치인들의 이름이 검찰 주변에서 오르내리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이 정대근 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하면 크게 두 가지 정도의 방향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에 대한 수사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 친분에서 비롯된 특혜 의혹에 대한 부분이다.
후자와 관련해 정대근 전 농협회장으로부터 특혜성 사업을 따낸 정치인은 두 명 정도가 언급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선 의원 출신의 A 의원이다. A 의원은 수감 중인 정대근 전 회장을 면회한 인물로 다른 언론에 실명이 거론된 적이 있다.
A 의원이 주목받는 것은 그의 아들이 실질적 사주로 있는 H 사가 농협중앙회가 발주하는 용역사업권을 거의 독점적으로 따내 매해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H 사는 주차관리업 및 용역파견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회사다. A 의원 본인도 이 회사에 2005년까지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이 회사는 99년까지는 매출이 22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주력 산업은 건설업이었다. 공교롭게도 정 전 회장이 농협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뒤부터 이 회사의 매출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H 사는 이때 건설업에서 용역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농협 측 관계자에 따르면 H 사는 농협의 자회사인 농협유통이 직접 운영하는 하나로클럽의 주차 및 보안, 카트운영과 관련한 용역을 거의 100% 수주했다.
농협 하나로클럽은 운영 시스템상, 지방조합에서 소유하고 있는 매장과 자회사 농협유통을 통해 농협중앙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매장으로 나눠진다. 하지만 양재점, 창동점 같은 대형매장들은 대부분 농협유통의 직영점이다. 결과적으로 농협중앙회 용역은 이 회사가 다 따낸 것.
이러한 의혹은 이번 정대근 리스트가 나오기 전에도 잠깐 흘러나온 적이 있었다. 지난해 여름 여의도 일각에서 이 회사가 농협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 오비이락인지는 몰라도 이 회사는 이런 보도가 나온 직후 A 의원의 아들 B 씨를 2선으로 내리고 임원 출신인 C 씨를 대표이사에 앉혔다. 그러나 C 씨는 ‘얼굴마담’일 뿐이라고 한다. 실제 이 회사 지분의 80%는 B 씨가 가지고 있고, C 씨의 지분은 불과 2%에도 미치지 못한다.
B 씨는 현재 다음 총선에서 아버지의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 사업에 특혜가 있는지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또한 참여정부 실세였던 D 전 의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A 의원과 마찬가지로 그의 아들이 농협 측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첩보가 들어왔고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검찰 측이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D 전 의원의 아들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업체는 지난 2003년 농협 양재동 하나로마트 푸드코트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공사 금액을 터무니없이 높게 받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래 10억 원 정도의 공사비가 책정됐었는데 실제 받아간 것은 80억 원이다”고 말했다.
D 전 의원 역시 정 전 회장과 친분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여의도 정가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D 전 의원은 공기업 수사 당시에도 정권 실세로 여러 차례 이름이 거론된 적이 있으나 마땅한 혐의를 찾지 못했었다. 때문에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귀띔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