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부지검에 따르면 피해자는 100여 명, 피해액도 7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계주 P 씨는 여의도에서는 잘 알려진 S 카페의 사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S 카페는 1990년대 후반에 개업한 고급 술집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여의도에서는 S 카페와 비슷한 이름의 카페가 지난 10년 사이 십수 개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는데, 모두 S 업체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비슷한 이름을 지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P 씨가 이렇게 여의도 일대에서 소문이 자자했던 S 카페의 사장이었던 만큼 인근 카페 사장들 사이에서 P 씨의 영향력 또한 대단했다고 덧붙였다.
P 씨가 계모임을 결성해 계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말부터라고 한다. 계모임에 들었다가 낭패를 당한 A 씨에 따르면 P 씨는 특이하게도 여의도 일대에서 일하고 있는 카페의 마담, 웨이터, 아가씨 등 동종 업계 종사자들만을 대상으로 계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계모임도 일명 ‘카페계’였다는 것. 그 이유는 확실히 전해지지 않았지만 P 씨는 ‘외부 인사’는 일절 계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P 씨의 계모임은 자신이 만들었던 S 카페처럼 결성과 동시에 입소문을 타면서 인근 카페의 종업원들이 앞다퉈 가입했고 최근에는 계원이 거의 100여 명에 육박하는 거대한 계모임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카페계에 가입해 수천만 원의 피해를 봤다는 A 씨는 “P 씨가 워낙 높은 수익금을 보장했고 실제로 곗돈을 탈 때 이득을 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계모임이 큰 인기를 끈 데에는 고수익도 고수익이지만 계원들을 유인하는 특별한 요인이 있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계모임을 통해서 알게 된 계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아가씨나 웨이터 등을 ‘스카우트’하면서 계모임 자체가 이런 활동을 하는 공간이 됐고,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카페 종사자들이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에 가입한 아가씨들이 이 계를 통해서 유명 카페 마담에게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우트된 적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잘나가던 카페계의 운영자 P 씨가 갑작스럽게 잠적한 것은 지난해 11월 말. 피해자 A 씨에 따르면 11월 말 여행을 간다며 사라진 P 씨가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계원들은 ‘설마…’ 했지만 P 씨가 나타나지 않자 불안해졌다. 그로부터 얼마 후 계원들은 P 씨가 자신의 가게를 다른 이에게 넘기고 자신들이 그동안 부었던 돈도 모두 은행에서 인출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계원들은 결국 지난 12월 초 P 씨를 ‘사기혐의’로 영등포 경찰서에 고소했고 사건이 남부지검으로 송치되면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검찰은 P 씨가 다복회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잠적한 사실에 주목, 다복회 사건으로 P 씨가 불안감을 느끼고 잠적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돈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P 씨는 지난 11월 일본으로 도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P 씨가 도피하면서 상당한 돈을 탕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탕진 액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해외에 있는 P 씨를 단시간 안에 검거하는 건 현재로선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여의도 일대에서는 카페 종사자들을 상대로 한 계모임이 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계모임 피해자 B 씨는 “여의도에서 작은 규모의 계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다”며 “이번 P 씨 사건이 터지고 나서부터는 다들 발을 빼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불황한파와 함께 시작된 계모임 부도사건과 사기사건은 앞으로도 더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